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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밀·탭·드릴 등 절삭공구(Cutting tool)를 생산하는 와이지원의 송호근 회장(사진)은 주말을 끼고 2박3일간 홍콩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7월 30일 토요일 출발해 8월 1일 월요일 돌아왔다. 하지만 말만 ‘휴가’지 짧은 기간중 중국 홍콩 대만 바이어들과 시간을 쪼개 상담을 한뒤 귀국했다. 6차례 강행군 미팅을 통해 현지 시장을 개척하고 상황을 파악했다. 함께 간 가족은 간단한 피서를 즐겼지만 정작 송 회장은 일에 파묻혀 지낸 것이다.

창업한지 올해로 35년째가 됐지만 그는 단한번도 ‘놀러가는’ 휴가를 즐긴 적이 없다. 그는 “제가 만나자고 하면 바이어들도 기꺼이 주말휴무를 반납하고 스케쥴을 잡는다”며 “심지어 타이베이 바이어도 홍콩으로 날아왔다”고 말했다. 와이지원 절삭공구는 가격과 성능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1년이면 100일이상 출장가는 송 회장은 이런 스타일로 일한다. 그동안 다녀온 여름철 휴가지는 오사카 싱가포르 등 주로 동남아로 주말을 낀 2박3일로 이들 지역에서도 각각 대여섯차례씩 바이어와 상담했다.

이렇게 시간을 쪼개 쓰는 것은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절삭공구 제작의 심장부인 인천 청천동 본사에서 최근 만난 송 회장의 관심사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항공기용 절삭공구 등 고급제품 시장 개척이다. 그는 “앞으로 3년내 생산제품의 30%이상을 고급제품으로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송 회장은 “항공기동체는 조각난 금속을 용접하는게 아니라 구멍을 뚫어 리벳 등으로 잇는데 이를 위해 대형비행기엔 구멍을 수백만개나 뚫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절삭공구 수요가 많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등 세계 항공기업체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런 의지를 반영하듯 그의 집무실엔 각종 항공기 모형이 놓여있다. 와이지원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항공 테크센터’를 설립해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도 이를 위해서다. 인근의 항공기부품업체들과 공동으로 연구개발과 절삭공구 생산을 하고 있는 이곳은 북미 항공기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다. 송 회장은 “우리 절삭공구는 보잉 록히드마틴 등에 공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글로벌화와 현지화다. 그는 “단순 수출이나 현지법인 설립에서 한걸음 나아가 현지인에 의한 현지화를 이뤄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인천 안산 광주 충주 등 국내와 미국 중국 인도 독일 일본 등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판매 네트워크도 글로벌화 돼있다. 독일 프랑스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해외에 18개 법인을 운영한다. 해외법인중 11곳은 공장을 겸하고 있다. 송 회장은 “성공적인 글로벌화는 현지화에 달려있다”며 “이를 위해 유능한 현지인을 영입해 이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 지속가능경영이다. 송 회장은 “기업은 이유를 불문하고 생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최고경영자가 늘 변화와 혁신에 관심을 쏟아야 하며 외부 고객 못지않게 내부고객(임직원)의 동기부여를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미래를 위해 구상해야 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골프를 배우지 못한 송 회장은 “일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서울대 공대를 나와 말표 고무신을 만들던 (주)태화의 자회사인 태화기계를 거쳐 1981년 창업한 송 회장은 이제 엔드밀 분야 세계 1위, 탭 분야 세계 4위, 정밀산업용 드릴 분야 세계 6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절삭공구업체로 자리매김했다. 그와 임직원이 땀흘린 결과다. 작년 매출은 3219억원(연결기준)으로 창사이래 처음으로 3000억원을 돌파했다. 이중 해외시장 판매액은 2395억원으로 74.4%를 차지했다. 그의 꿈은 절삭공구 분야의 ‘히든챔피언’에서 한걸음 나아가 명실상부한 ‘챔피언’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환갑이 지났지만 그의 도전정신과 열정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