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무역 규모 축소는 세계 무역 둔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세계 무역은 거의 정체기라는 분석도 잇따른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보호무역 추세도 계속 심화되고 있다. 기업들이 해외 공장을 자국으로 옮기는 것도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국제 유가가 낮아진 것도 교역액 감소를 부른다.
하지만 한국이 대외 경기 둔화나 시장의 포화에 안주했다면 결코 무역액 1조달러에까지 가지 못했을 것도 분명하다. 1970년대 중동 석유 위기나 금융위기 등 글로벌 위기에서도 꿋꿋이 성장해 왔던 게 한국 수출이다. 여기에는 온갖 대내외 악조건 속에서도 시장을 개척하고 상품을 팔기위해 고군분투했던 수출 전사들의 땀방울이 녹아 있다. 그 저력이 한국을 세계가 인정하는 대규모 무역 국가이자 개방국가로 만든 것이다. 최근 발간된 영국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보고서에서 G20 가운데 한국을 두 번째로 시장 개방적인 국가로 꼽고 있는 이유다.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난관은 적지 않다. 자칫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이 격화하면서 불똥이 한국으로 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들의 선제적인 투자, 미래 성장동력 발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통상정책의 재정립도 시급한 과제다. 한때 무역 선진국이었던 영국이나 이탈리아는 지금 수출에서 한국에 뒤지고 있다. 실패한 국가들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