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합헌 이후] "김영란법 핑계로 인·허가 지연…공직사회 복지부동 더 심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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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부패근절 취지 공감하지만 법 적용범위 너무 포괄적
민원인과 만남 자체 꺼리고 투자 막는 '소극행정' 우려
100만 공무원 부패집단 매도…공직자 불신 국가에 도움안돼
부패근절 취지 공감하지만 법 적용범위 너무 포괄적
민원인과 만남 자체 꺼리고 투자 막는 '소극행정' 우려
100만 공무원 부패집단 매도…공직자 불신 국가에 도움안돼
![[김영란법 합헌 이후] "김영란법 핑계로 인·허가 지연…공직사회 복지부동 더 심해질 것"](https://img.hankyung.com/photo/201607/AA.12094818.1.jpg)
이 전 처장은 3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공복(公僕)인 100만명 공무원 모두를 부패집단으로 전제하는 김영란법은 공직사회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은 지난 28일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받았다.
삼성그룹의 인사전문가 출신으로, 2014년 11월 공무원 인사를 총괄하는 인사혁신처장으로 임명돼 공직사회 개혁을 진두지휘하다 지난 6월 퇴임한 이 전 처장은 김영란법의 맹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공직사회 부패를 근절하겠다는 법의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한 부분이 많아 큰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우자가 금품을 받았을 때 공직자 등이 이를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 역시 불신만 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배우자를 믿지 못하는 ‘의처(부)증’과 공무원을 의심하는 ‘의공증’이 확산돼 불신의 사회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사의 기본 원칙은 ‘불신’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게 30년 넘게 인사 업무를 한 이 전 처장의 소신이다.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는 공무원의 소극행정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부정청탁을 받아 부정행위를 저지른 공무원 등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도록 했다. 이 전 처장은 “김영란법 적용 범위가 여전히 모호한 상황에서 어떤 공무원이 기업인을 선뜻 만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김영란법을 핑계로 기업인 등 민원인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인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지연시키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전 처장은 “지금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는 공무원의 복지부동이 더욱 판치지 않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는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도 정부 부처가 김영란법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전 처장은 “정부 부처 장관들 모두 이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어느 누구도 공식 석상에서 제대로 얘기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