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대사 릴레이 기고 (4)] 네덜란드는 한국 농업 발전의 동반자
한국 농업은 중요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정부, 농민, 기업 등은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하고 세관, 검역, 물류 등 관련 분야의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당장 식품 수출을 올해 말까지 61억달러에서 81억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가 있다.

농업 분야에서 중대한 도전과 마주한 나라는 한국뿐만이 아니다. 농업강국으로 불리는 네덜란드도 마찬가지다. 지속적인 농업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새로운 사업기회에 대한 예리한 안목도 갈고닦아야 한다. 자연을 보존하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여야 한다. 비료 처리와 화학약품 사용 등에도 신중을 기해야 하고, 땅과 물의 오염을 최소화해야 한다. 에너지 절감, 대체 에너지 사용 등의 의무도 무시할 수 없다.

네덜란드는 이런 과제들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농식품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네덜란드 농업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유럽 농업 발전의 역사는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시작됐다. 전쟁 막바지에 유럽의 많은 시민이 기아로 죽어갔다. 국가 지도자들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자급자족을 위한 농업발전이었다. 1886년 네덜란드는 이미 연구·정보공유·교육(OVO) 시스템을 도입했다. 농업을 연구하고 실제로 적용하며 교육을 통해 성과를 확산하는 삼각 협력체계다. 130년 전에 이런 체계가 갖춰졌을 때는 다소 수동적인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전후 수년간 OVO는 점차 정부, 학계, 민간에서 그들의 지식을 나누고 농업 혁신에 함께 투자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전쟁이 끝난 뒤 농산물 생산법 지도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공무원이 농민을 찾아 농산물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교육하면서 협력체계에 탄력이 붙었다. 정부는 기초 직업교육에서 대학 교육까지 완벽하고 현대적인 농업 교육 시스템도 마련했다. 아주 실용적인 단계에서 높은 수준의 과학적 단계까지 학습이 가능해졌다.

교육에서는 지식의 순환을 중요시했다. 농부들은 카페처럼 일상적인 공간에서 만나 실습을 통해 배운 것을 공유하고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아냈다. 이런 행동은 농부의 지식과 기술을 빠르게 축적해주는 기본이 됐다. OVO는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 즉 황금의 삼각관계로 불리다가 지금은 ‘트리플 헬릭스(삼중나선)’란 별명까지 얻었다. OVO는 농업 혁신에 상당한 자금이 유입되도록 했고, 네덜란드를 수준 높은 농업국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경지정리에도 적극 개입했다. 1916년부터 정부는 경지를 교환하거나 매입해 농부에게 재분배하는 방법으로 더 크고 좋은 위치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했다. 1400㎢에 달하는 북동간척지와 플레보간척지의 토지개량 사업을 끝내 농업 경작지를 크게 확대하는 성과도 거뒀다. 네덜란드와 한국의 농가 수와 경작면적을 비교해보자. 한국의 면적은 네덜란드보다 세 배 정도 크지만 양국의 경작면적은 180만ha 안팎으로 비슷하다. 한국의 농가는 110만 가구인데 네덜란드는 6만7000여 가구에 불과하다. 네덜란드 농업종사자들의 가구당 경작면적이 한국보다 훨씬 크다. 네덜란드 농업의 저비용 구조를 이루는 데 크게 일조한 것이 가구당 경작면적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오늘날 네덜란드 농업은 대량 수출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바헤닝언대학 등 빼어난 학문적 성과를 자랑하는 연구집단을 보유하고, 푸드밸리로 불리는 농업 산학협동단지를 조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네덜란드 농업이 수준 높은 창의력과 성장 잠재력으로 명성을 쌓았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네덜란드 농업발전의 여정이 한국의 도전에 도움이 되기 바란다.

로디 엠브레흐츠 < 주한 네덜란드 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