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미군기지엔 물놀이장·아파트 주변엔 캠핑장ㆍ지자체 잔디광장 잇단 개방

옛 미군기지에서 물놀이하거나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캠핑 즐기고 늦은 밤 도심 공원 잔디광장에서 쉬고…
불볕더위에 지친 시민을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도심 속 이색 피서지가 눈길을 끈다.

휴가철 고생고생하며 멀리 떨어진 산과 바다로 굳이 떠나지 않더라도 시원한 밤공기를 쐬며 여름밤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어린 자녀와 부모가 함께 어울려 한바탕 물싸움으로 무더위를 날려 보낼 수도 있다.

강원도 춘천시는 지난 8일 옛 미군기지 캠프페이지 터에 물놀이 시설 '꿈자람 물정원'을 열었다.

흉물로 방치된 높이 54m짜리 물탱크 아래 공간(1만3천여㎡)을 활용해 조성했다.

워터 드롭, 수심 40∼70㎝ 원형 풀, 곡선 물길과 쉼터 등을 갖췄다.

물은 상수도로 공급한다.

개장 후 첫 주말인 9∼10일 6천700여명이 다녀갔다.

춘천시는 "2005년 캠프페이지 폐쇄 후 방치된 물탱크 구조물을 관광자원으로 재활용했다"며 "여름철 명소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대 인공호수인 세종 호수공원도 도심 피서지로 주목받는다.

호수 주변에 대형 파라솔을 설치해 따가운 햇볕을 피하도록 했다.

4∼5㎞ 길이 호수 주변에 자전거 도로를 조성해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자주 찾는다.

경기도 군포시는 지난 5일부터 아파트 단지 주변의 초막골생태공원(56만1천500㎡)캠핑장을 운영 중이다.

글램핑장, 일반 캠핑장 등 80여면으로 구성했다.

맹꽁이습지원, 물새연못 등도 있다.

시는 오는 25일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야외 물놀이장도 연다.

대구시설관리공단은 이달 들어 도심 한복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잔디광장 2곳(7천340㎡)을 24시간 개방했다.

1999년 12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조성한 이후 잔디광장을 개방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시민 반응이 좋으면 인근 2·28기념중앙공원, 경상감영공원의 잔디광장도 개방할 계획이다.

광주광역시는 시청사 앞 잔디광장과 소나무숲에 텐트와 그늘막 등을 설치했다.

부산시도 주말(오전 5시∼오후 11시)에 부산시민공원 잔디광장을 개방했다.

인천시는 지난달부터 피서와 관광을 함께하는 '인천시티투어버스'를 운영한다.

지역 명소인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개항장거리, 신포국제시장, 월미도, 송도국제도시를 둘러보며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문화관광해설사가 동승해 주변 관광지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산 수영구청은 다음 달 28일까지 광안리해수욕장 앞 해변도로 780m 구간에 '차 없는 문화의 거리'를 운영한다.

주말 오후 9시부터 4시간 동안 차량통행을 전면 금지하고 댄스공연과 길거리 음악회 등을 선보인다.

경기도 고양시는 오는 9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야간에 행주산성을 개방한다.

지자체가 여름철마다 도심 하천과 공원 등에 마련하는 무료 물놀이장도 빼놓을 수 없다.

경남 김해시는 지난달 1일 장유면 기후변화 테마공원에 물놀이장(560㎡)을 열었다.

워터 터널, 워터 드롭 등을 두루 갖춰 도심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매일 맑은 수돗물을 공급하고 매달 2차례 수질검사를 한다.

지난해 1만4천여명이 찾았다.

창원시도 지난달 성산구 가음정동 기업사랑공원 안에 자이언츠 트리, 워터 드롭 등을 갖춘 무료 물놀이터(2천㎡)를 개장했다.

400∼5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시민 박모(41)씨는 "집 근처 공원에 물놀이 시설이 여름 내내 문을 여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다"며 "간이텐트와 돗자리, 간식만 준비하면 더위 걱정은 끝이다"고 말했다.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전북 전주시 덕진공원, 청주시 문암생태공원,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 등도 도심 속 피서 명소로 꼽힌다.

엑스포과학공원 일대에는 농구·축구·사격·운전을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장과 야간경관 명소인 엑스포다리 등이 있다.

'도심 속에 숨겨놓은 보석'이라고 불리는 십리대숲은 울산 도심을 남북으로 가르는 태화강을 따라 태화교∼삼호교 사이 4㎞ 구간에 조성한 대나무 군락지다.

대숲이 하늘을 가린 산책로에는 강바람에 부딪히는 댓닢 소리, 수면 위로 솟았다 떨어지는 은빛 물고기떼 등 자연이 주는 선물을 만끽할 수 있다.

휴가철에는 대숲 납량축제가 열린다.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제주시 탑동광장과 용담 해안도로 등도 시민이 즐겨 찾는 피서지다.

(이상학, 최은지, 이재림, 이정훈, 류수현, 임채두, 김형우, 이상현, 노승혁, 김선호, 손상원, 변지철, 최수호)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