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선·해양 교육 재편, 선택과 집중 필요하다
조선·해양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국가적인 관심사다. 승승장구하던 조선업체들이 해양플랜트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며 막대한 손실을 내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구조조정은 개별 기업에 국한하기보다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 기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위기는 조선·해양업체만의 위기가 아니다. 기업의 위기는 대학의 위기이고 연구기관의 위기이기도 하다. 조선·해양산업과 관련된 교육과 연구도 되짚어보고 미래를 위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

한국 조선업이 일본을 앞서게 된 것은 고도의 생산설비 차이와 신진 인력의 꾸준한 공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금이 우리보다 현격히 낮은 중국의 공세에 맞설 수 있는 것도 우수 설계와 기술 인력, 높은 숙련도의 생산인력을 바탕으로 한 품질력 덕분이다. 이런 한국 조선업의 장점을 최대한 유지하는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

당장의 현실적인 문제는 팽창을 거듭해 온 국내 대학의 조선해양공학과 숫자다. 1980년대에 4개 대학에만 있던 조선해양공학과가 세계 1등 조선강국이 된 2000년 이후 급격히 늘었다. 올초까지 2년제 대학을 포함해 42개 대학이 조선해양공학과를 두고 있으며 매년 약 2100명의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조선해양공학과가 있는 대학이 40개가 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영국은 조선업 주도권이 북유럽을 거쳐 일본으로 넘어가자 대학에 대한 지원을 조절해 3개 대학으로 교육을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우샘프턴대, 뉴캐슬대, 글래스고대로 대학 교육을 집중하고, 특정 분야에 대한 연구는 일부 대학에 맡기고 있다. 예를 들어 카디프대는 조선·해양 관련 인간공학을 주로 연구하는 식이다.

중국도 십수 년 전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대학의 조선·해양 교육에 적용했다. 중앙정부는 기본적으로 상하이교통대, 우한대, 하얼빈공정대 등 세 곳에 조선·해양 교육 지원을 집중했다. 하얼빈공정대는 100여명이던 조선해양공학과 입학 정원이 330명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교육과 별도로 연구는 여러 대학이 집중지원연구실을 운영토록 지원하고 있다.

40개가 넘는 국내 대학의 조선·해양 관련 학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영국이나 중국처럼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대학의 조선해양학과들은 대부분 조선분야에 맞춰져 있다가 최근 수년간 해양부문 인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해양 관련 교과목을 늘렸다. 현실적으로는 기업체나 해외 강사를 단기 초청해 교육해 온 게 우리 대학 현실이다. 따라서 대학별로 특화된 교육을 도입해 볼 만하다. 예를 들어 연구·설계·생산·행정 등 분야별로 몇 개 대학씩 특화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고급인력의 이직과 재학생의 탈(脫)조선·해양 조짐에 대한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 어떤 교육 정책을 펴고 구조조정을 하든, 우수 인력을 체계적으로 꾸준히 양성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아무리 산업환경이 바뀌고 기술이 발달해도 결국은 사람이 핵심이다. 한국의 조선소가 생산시설과 고용 인원의 축소 같은 심각한 구조조정의 기간을 거친다고 해도 우수 인재를 양성하면서 한국만의 강점을 놓치지 않는다면 회복기에 펼쳐질 중국 조선사와의 진검 승부에서 승산을 약속할 수 있다.

김용환 < 서울대 교수·해양공학 yhwankim@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