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주가  캐디의 도움으로 샷 전 연습 스윙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홍진주가 캐디의 도움으로 샷 전 연습 스윙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어, 왜 우산대를 머리에 대지?”

24일 오전 경기 안산시 대부도 아일랜드CC.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16’ 대회의 2라운드 오전 조가 티오프를 시작한 1번홀(파4)에서 ‘미녀골퍼’ 홍진주(33·대방건설)가 티샷을 하기 위해 연습 스윙을 시작하자 골프팬들이 이렇게 수군거렸다. 캐디가 쓰고 있던 우산을 갑자기 들고 가더니 홍 프로의 머리 왼쪽에 가져다 댔기 때문이다.

홍진주가 이런 상태에서 빈 스윙을 두 번 하자 갤러리들의 궁금증은 곧 풀렸다. 홍진주가 새로 시작한 프리샷 루틴이었던 것. 캐디 이진영 씨는 “평소 백스윙과 다운스윙에서 머리가 조금씩 흔들렸는데, 우산을 머리에 대고 연습 스윙을 한 뒤 이런 현상이 줄었다”고 말했다. 홍진주는 지난주 한국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이 같은 루틴을 처음 시작한 후 공동 6위에 오르는 등 ‘우산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대회에 앞서 홍진주는 세 차례 예선탈락 고배를 마셨다.

프로골퍼들은 일정한 샷 준비 동작인 ‘프리샷 루틴’을 중요하게 여긴다. 굿샷의 절반은 프리샷 루틴에서 나온다는 전문가도 많다. 루틴을 바꾸면 샷 리듬이 망가진다는 게 프로골퍼들의 생각이지만, 홍진주처럼 바꿔서 효과를 보기도 한다.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6] "모양 빠지면 어때!"…★들의 별난 '프리샷 루틴'
올 시즌 생애 첫승을 거둔 조정민(22·문영그룹·사진)이 그런 예다. 티샷을 하기 전 클럽 헤드 쪽 샤프트를 잡고 휘두르는 ‘거꾸로 스윙 루틴’을 시작한 이후 샷이 단단해졌다. 정상적인 빈 스윙 한 번에 거꾸로 스윙 한 번을 교대로 하는 방식인데 리듬감이 좋아졌다. 그는 “백스윙부터 피니시까지 한 번에 가는 스윙을 만드는 데 좋다”며 “임팩트 때 나도 모르게 손을 움직여 방향성이 나빠지곤 했는데 이 루틴에 습관을 들인 뒤 문제가 많이 고쳐졌다”고 말했다. 조정민과 절친한 사이인 박소연(24·문영그룹)도 샷 리듬이 흐트러졌을 때 조정민이 권한 거꾸로 스윙을 하면서 샷감을 가다듬는다.

통산 8승의 이정민(24·비씨카드)도 스윙하기 전 그립을 잡는 루틴을 최근 새로 시작했다. 왼손으로 먼저 클럽을 잡은 뒤 오른쪽으로 백스윙하듯 두 번 정도 들었다가 그립을 잡는 독특한 방식이다. 그는 “둔해진 샷감을 되찾기 위해 과감하게 루틴을 바꿨다”고 했다.

반면 안시현(32·골든블루)은 ‘루틴 없는 루틴’으로 전향해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연습 스윙을 거의 하지 않는 게 안시현표 루틴의 특징이다. 드라이버로 목표물을 한 번 정하면 지체 없이 티샷한다. 장하나(24·비씨카드)는 퍼팅할 때 자신의 공에 키스를 자주 한다. ‘버디를 부르는 주문’인 셈이다.

아일랜드CC=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