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가 뭔가 바꿀 기회가 됐으면 한다"
"전인지와 감정 다 씻었다…더는 걱정 않으셔도 된다"


"작년처럼 이번 대회가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

오는 23일부터 나흘 동안 경기도 안산 대부도 아일랜드 골프장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 출전하는 장하나(24·비씨카드)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장하나는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작년에도 정신적으로 몹시 힘든 시기에 이 대회에 나와서 우승하고선 사기가 확 올라갔다"면서 "올해도 몸과 마음이 바닥까지 가라앉아 있는 이때 이 대회가 뭔가 바꿀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KPMG 여자 PGA챔피언십을 마친 뒤 곧바로 귀국길에 오른 장하나는 14일 한국에 도착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지난 4월 수술을 받은 장하나는 수술 경과를 살피는 검사와 함께 마무리 치료를 받느라 병원을 오가는 한편 회복 훈련과 샷 연습 등 분주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면서 "언제 귀국해서 며칠이나 지났는지 잘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여유를 보였다.

장하나는 몸 상태가 아직 70% 정도라고 밝혔다.

수술을 받은 뒤라서 피로감이 남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자기 확신과 기대감이 가득 찬 태도였다.

장하나는 "마치 게릴라 콘서트를 앞둔 가수의 심정이랑 똑같다"면서 "관객이 얼마나 왔는지 모른 채 눈을 가리고 무대에 딱 올랐는데 수많은 관중이 환호하며 반겨주시면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13일 끝난 KPMG 여자 PGA챔피언십에 출전하기에 앞서 한 달 동안 투어를 쉬었다.

장하나는 "컷 통과만 하는 게 애초 목표였다"면서 "컷을 통과하자 더 잘해보자고 마음을 다잡고 경기를 치렀는데 30등이면 잘했다고 자평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오히려 걱정이 덜 된다고 그는 밝혔다.

"작년에도 이 대회 일주일 전에는 '혹시 컷 통과도 못 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는데 결과가 좋았으니 이번에도 반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하나는 "샷 감각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공백이 있으니 임팩트나 원하는 구질이 잘 안 나온다"면서도 "그래도 경력이 오래다 보니 금세 돌아오는 것 같다.

지난 토요일에 라운드했는데 생각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여자오픈을 TV로 흥미진진하게 봤다는 장하나는 "나도 저기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지금까지 박성현과 동반 라운드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이번 대회에서는 1, 2라운드를 함께 치르게 됐다.

박성현과 장타 대결을 물어보자 장하나는 "거리를 생각 안 한 지 오래다.

거리도 중요하긴 하지만 방향성을 생각하다 보니 거리가 줄더라"면서 "그런데 장타 치는 선수와 경기를 하면 장타 경쟁 질문을 많이들 하시는데 그게 다 함정이더라"고 깔깔 웃었다.

그는 "상대 선수가 나보다 멀리 친다고 신경 쓸 나이가 아니다"라며 "뒤에도 먼저 쳐서 잘 붙여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장하나는 박성현에 대해 "워낙 멀리 치는 데다 요즘 보니 노련해진 게 눈에 보이더라"면서 "후배가 치고 올라오는데 부담되지 않느냐고들 하시는데 이런 좋은 선수가 자꾸 나타나면 좋은 거 아니냐"고 높게 평가했다.

올림픽은 "꼭 가야겠다는 생각은 아니다"라고 운을 뗀 장하나는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올림픽에 참가해 메달을 따는 걸 꿈꾸지만 내게는 부모님이나 스폰서가 올림픽에 대한 부담은 주지 않았다.

기회가 주어지면 가겠지만 가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하나는 올림픽에 앞서 열리는 국가대항전 형식 투어 대회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에는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개했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데 섣불리 출전했다가 팀에 폐가 되면 안 되겠다 싶어 출전을 포기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두세 개 대회만 치르고 나면 몸이나 샷이 90% 이상 올라올 거라고 확신한다"는 장하나는 "한국에서 8승을 했는데 미국 무대에서도 8승을 해야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달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후배 전인지와 감정도 이제는 다 씻었다"면서 "더는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된다"고 힘줘 말했다.

장하나는 이날 박성현 등과 함께 프로암에 출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