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감독 사각지대' ABCP, 130조 '민낯'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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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정보공개 의무 강화
발행 과정·보증 주체 등 불투명
최근 발행 급증…리스크 커져
금융사·기업에 부담될 수도
발행 과정·보증 주체 등 불투명
최근 발행 급증…리스크 커져
금융사·기업에 부담될 수도
▶마켓인사이트 6월10일 오후 4시10분
금융당국이 130조원 규모(발행잔액 기준)로 급팽창한 사모 유동화증권에 대해 정보공개 의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중심으로 발행 규모가 단기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관리감독 강화의 필요성이 높아져서다. 간편한 발행 절차와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아도 되는 점 때문에 사모 유동화증권을 적극 활용해온 금융회사와 기업들은 부담이 커지게 됐다. ○1년 만에 발행금액 70% 급증
10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한국예탁결제원은 ABCP와 전자단기사채(ABSTB) 등 사모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증권사의 정보공개 의무를 강화하기로 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누가’(자산의 원 보유자) ‘어떤 자산을’ 기초로 ‘어떤 통화로’ ‘누구의 보증(신용보강자)을 거쳐’ 조달했는지 등에 관한 중요 정보를 추가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예탁결제원 정보포털인 ‘세이브로’를 통해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ABCP는 유동화전문회사(SPC)가 특정자산을 기초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기초자산은 자동차할부금융채권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 정기예금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실물 CP가 아니라 전자증권으로 발행하면 ABSTB로 표기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ABCP(ABSTB 포함) 발행금액은 총 126조원으로 2014년 72조5000억원에 비해 70% 이상 급증했다. 6월 초 현재 발행잔액은 135조원이다. 최근 늘고 있는 사모 유동화사채까지 포함하면 사모 유동화시장 규모가 14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ABCP 대부분이 예탁결제원 등록을 거쳐 발행되고 있지만 현재 공개하고 있는 정보만으론 시장 위험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많다”며 “ABCP 관련 정보의 질과 신뢰성을 높여 시스템 리스크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은 사모 유동화증권의 발행주체와 발행금액, 시기 등 기본적인 수준의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 2003년 카드사태 직전처럼 고위험 유동화증권 발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더라도 금융당국이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ABCP 기초자산이나 발행 구조와 관련한 정보를 알려면 연간 1000건을 웃도는 신용평가사 신용등급 평가보고서를 일일이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며 “발행회사나 주관사 입장에선 더 많은 정보를 입력하는 번거로움이 있겠지만 감독당국으로선 사전에 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기예금 기초 ABCP ‘주시’
금융당국은 특히 정기예금을 기초로 발행하는 ABCP의 급격한 증가세를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가 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한 뒤 이를 기초자산으로 연 2%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ABCP를 만들어 파는 형태다. 기초자산은 국내 은행보다 더 높은 이자를 주는 해외 은행의 외화 예금이 대부분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기예금 유동화증권 발행규모는 79조3000억원에 달했다. 2014년 47조4000억원 대비 약 70% 늘어났다. 전체 ABCP 발행금액의 절반을 웃돈다. 기관투자가의 돈이 안전하면서도 일반은행 예금이나 채권보다 많은 수익을 주는 단기 증권을 찾아 빠르게 이동한 결과다.
한 증권사 구조화상품 개발 담당자는 “계좌당 예금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거액 외화예금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며 “이 같은 과도한 쏠림이 국내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고 우려했다.
■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asset backed commercial paper. 유동화전문회사(SPC)가 매출채권, 리스채권, 회사채, 정기예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 자산을 유동화해 회사채 형태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과 달리 별도의 등록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회사채보다 만기가 짧기 때문에 장·단기 금리차를 활용해 자금조달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이유정/이태호 기자 yjlee@hankyung.com
금융당국이 130조원 규모(발행잔액 기준)로 급팽창한 사모 유동화증권에 대해 정보공개 의무를 강화하기로 했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중심으로 발행 규모가 단기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관리감독 강화의 필요성이 높아져서다. 간편한 발행 절차와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아도 되는 점 때문에 사모 유동화증권을 적극 활용해온 금융회사와 기업들은 부담이 커지게 됐다. ○1년 만에 발행금액 70% 급증
10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한국예탁결제원은 ABCP와 전자단기사채(ABSTB) 등 사모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증권사의 정보공개 의무를 강화하기로 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누가’(자산의 원 보유자) ‘어떤 자산을’ 기초로 ‘어떤 통화로’ ‘누구의 보증(신용보강자)을 거쳐’ 조달했는지 등에 관한 중요 정보를 추가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예탁결제원 정보포털인 ‘세이브로’를 통해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ABCP는 유동화전문회사(SPC)가 특정자산을 기초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기초자산은 자동차할부금융채권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 정기예금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실물 CP가 아니라 전자증권으로 발행하면 ABSTB로 표기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ABCP(ABSTB 포함) 발행금액은 총 126조원으로 2014년 72조5000억원에 비해 70% 이상 급증했다. 6월 초 현재 발행잔액은 135조원이다. 최근 늘고 있는 사모 유동화사채까지 포함하면 사모 유동화시장 규모가 14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ABCP 대부분이 예탁결제원 등록을 거쳐 발행되고 있지만 현재 공개하고 있는 정보만으론 시장 위험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많다”며 “ABCP 관련 정보의 질과 신뢰성을 높여 시스템 리스크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예탁결제원은 사모 유동화증권의 발행주체와 발행금액, 시기 등 기본적인 수준의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 2003년 카드사태 직전처럼 고위험 유동화증권 발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더라도 금융당국이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ABCP 기초자산이나 발행 구조와 관련한 정보를 알려면 연간 1000건을 웃도는 신용평가사 신용등급 평가보고서를 일일이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며 “발행회사나 주관사 입장에선 더 많은 정보를 입력하는 번거로움이 있겠지만 감독당국으로선 사전에 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기예금 기초 ABCP ‘주시’
금융당국은 특히 정기예금을 기초로 발행하는 ABCP의 급격한 증가세를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가 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한 뒤 이를 기초자산으로 연 2%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ABCP를 만들어 파는 형태다. 기초자산은 국내 은행보다 더 높은 이자를 주는 해외 은행의 외화 예금이 대부분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기예금 유동화증권 발행규모는 79조3000억원에 달했다. 2014년 47조4000억원 대비 약 70% 늘어났다. 전체 ABCP 발행금액의 절반을 웃돈다. 기관투자가의 돈이 안전하면서도 일반은행 예금이나 채권보다 많은 수익을 주는 단기 증권을 찾아 빠르게 이동한 결과다.
한 증권사 구조화상품 개발 담당자는 “계좌당 예금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거액 외화예금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며 “이 같은 과도한 쏠림이 국내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고 우려했다.
■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asset backed commercial paper. 유동화전문회사(SPC)가 매출채권, 리스채권, 회사채, 정기예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 자산을 유동화해 회사채 형태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과 달리 별도의 등록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회사채보다 만기가 짧기 때문에 장·단기 금리차를 활용해 자금조달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이유정/이태호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