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막 시작한 20대 국회에서 기업규제법안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소식이다. 거대 야권은 법인세율 인상법, 대기업 복합쇼핑몰 규제법,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공익재단 의결권 제한법 등 규제법을 속속 발의하거나 발의를 준비 중이다. 여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19대 국회의 단골 규제법안이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이 다시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려했던 대로다. 야당은 다수당이 된 만큼 책임있는 자세로 경제와 민생을 챙기겠다고 여러차례 다짐해왔던 터다.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지만, 역시나 과거의 타성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자세마저 엿보이는 등 오히려 상황은 더 나빠진 듯하다.

20대 국회 출발과 함께 제출된 이들 규제법안은 여지없이 ‘경제민주화’를 추종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틀린 가정과 이상론으로 방향을 잘못 설정한 규제법이다. 법인세율을 올리면 세금이 더 걷히는 게 아니라, 투자와 고용이 줄어 세수가 감소하게 된다. 청년고용을 의무화하는 특별법도 기업의 최적 인사정책을 어렵게 해 실적 악화를 부르고, 결국 고용시장에 풍선효과를 일으킬 개연성이 높다. 상생을 명분으로 한 복합쇼핑몰 규제나 대형 점포의 입점조건을 더 까다롭게 제약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자칫 지역경제를 황폐화시킬 수 있다. 복합몰과 지역상권은 경쟁관계가 아니라 수요자가 다른 별개의 시장으로 보는 게 옳다. 대형 점포를 막는다고 지역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오히려 대형 점포와 지역 상권이 시너지를 통해 함께 상권을 키우고 ‘윈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대 국회의 과도한 규제 행보는 4·13 총선 민의의 왜곡이다. 여당의 참패는 경제살리기 실패에 대한 심판이라고 볼 것이다. 이를 기업 규제에 대한 지지로 해석하는 건 아전인수격이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중시한다면 기업규제법안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경제활성화법안들부터 되살리는 게 맞다. 기업규제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19대 국회의 프레임은 실패했다. 폐기돼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20대 국회 역시 똑같은 프레임에 갇힌 모양이다. 도대체 달라진 게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