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국민소득 'GO'로 산출하면 '코스피=3000'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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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GDP 보완 의사 밝혀
2012년 후 GO가 GDP의 150%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2012년 후 GO가 GDP의 150%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소득지표는 특정국에 속한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 기간 새롭게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합산한 것으로, 대표적인 거시경제 지표다. 포괄 범위에 따라 국민총생산(GNP) 국내총생산(GDP) 국민순소득(NNI) 국민처분가능소득(NDI) 국민소득(NI) 개인가처분소득(PDI)으로 구분된다.
국민소득 개념 가운데 GDP가 처음부터 특정국 경제를 판단하는 ‘절대 지표’는 아니었다.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측정하려는 시도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가 태동한 1800년대부터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 논의가 구체화된 것은 경제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부양책을 쓰기 위해 정확한 통계가 필요하던 1930년대 대공황 시기다.
이때부터 거시경제 분석이 소득 측면에 초점이 됐기 때문에 GNP를 소득통계의 중심 지표로 삼아왔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GDP의 유용성이 더 높아졌다. 글로벌화의 가속화로 국제자본 이동과 기술 이전이 활발해짐에 따라 ‘우리 국민이 얼마나 벌었나’보다 ‘우리 땅에서 얼마나 물건을 생산했나’를 보는 게 더 유용했기 때문이다.
각국도 소득통계의 중심지표를 GDP로 바꾸기 시작했다. 유럽의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1970년대 중반, 미국은 1991년, 독일은 1992년, 일본은 1993년부터 GDP를 도입했다. 한국도 이런 국제 추세에 맞춰 1995년부터 GNP에서 GDP로 변경해 발표했다.
미국 경제 흐름을 보면 GDP 통계가 개발돼 경제정책에 활용된 이래 과거와 같은 큰 폭의 경기순환은 사라졌다. 대량의 예금인출이나 금융공황 장기실업도 발생하지 않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등이 GDP 통계편제를 20세기 경제 분야의 최대 발명품으로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국 경제상황을 파악하는 데 중심지표로 자리 잡은 뒤에도 GDP에 대한 비판은 계속 제기돼왔다. 이른바 ‘삶의 질’ 논란으로, ‘국민의 행복은 GDP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차원에서 새로운 지표가 많이 개발됐다. 대표적으로 1972년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부탄 국왕이 도입한 ‘GNH(Gross National Happiness:국민 행복)’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국민행복 차원에서 GDP를 대체할 새로운 지표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조지프 스티글리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의 석학을 초빙해 ‘스티글리츠위원회’를 결성했다. 한국도 이명박 정부 때 ‘그린 GDP’를 제정하려는 계획을 추진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2014년 4월 미국 상무부가 처음 발표한 ‘GO(gross output:총생산)’다. GDP는 최종 생산재만 계산하다 보니 중간재가 오가는 기업 간 거래를 파악하지 못하고 소비 비중이 너무 높아 혼선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GO는 중간재 생산까지 합산해 기업가의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GDP와 GO의 차이를 산에서 벌목한 생나무로 가구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알아보자. 가구 제품을 제작하려면 널빤지가 필요하고, 널빤지를 제작하기 위해선 통나무, 통나무를 만들기 위해서는 숲 속의 생나무가 있어야 한다. 이때 통나무와 널빤지는 최종 가구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일종의 중간재다.
<그림 1>에서 보면 같은 생산 과정인데도 GDP로는 350만원인 데 비해 GO로는 800만원으로 추계된다. 동일한 최종 재화라 하더라도 중간 단계가 많을수록 GDP와 GO의 격차가 벌어진다. 이 때문에 GO는 ‘만드는 경제(make economy)’, 즉 경제의 공급 측면을 잘 보여주는 잣대로 평가된다.
2012년 이후 한국의 국민소득을 GO로 산출해보면 GDP보다 연평균 150% 많게 추계된다. 국민소득을 GO로 추계했다면 코스피지수가 3000선(GDP 기준 코스피 2000선)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연도별로는 해가 갈수록 GO로 추정된 국민소득이 GDP로 파악된 것보다 더 높아지는 것도 미국과 다른 점이다.
미국과 한국 경제에 있어 GO와 GDP로 파악된 국민소득 차이는 경기침체 때 부양대책을 달리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 경제는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방향으로 초점을 둬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 정부는 경기부양책에서 이 점을 우선순위로 추진해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기업의 설비투자를 늘려줘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쪽에 초점을 맞춘 경기부양책을 시행했지만 의도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국민소득 개념 가운데 GDP가 처음부터 특정국 경제를 판단하는 ‘절대 지표’는 아니었다.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측정하려는 시도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가 태동한 1800년대부터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 논의가 구체화된 것은 경제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부양책을 쓰기 위해 정확한 통계가 필요하던 1930년대 대공황 시기다.
이때부터 거시경제 분석이 소득 측면에 초점이 됐기 때문에 GNP를 소득통계의 중심 지표로 삼아왔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GDP의 유용성이 더 높아졌다. 글로벌화의 가속화로 국제자본 이동과 기술 이전이 활발해짐에 따라 ‘우리 국민이 얼마나 벌었나’보다 ‘우리 땅에서 얼마나 물건을 생산했나’를 보는 게 더 유용했기 때문이다.
각국도 소득통계의 중심지표를 GDP로 바꾸기 시작했다. 유럽의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1970년대 중반, 미국은 1991년, 독일은 1992년, 일본은 1993년부터 GDP를 도입했다. 한국도 이런 국제 추세에 맞춰 1995년부터 GNP에서 GDP로 변경해 발표했다.
미국 경제 흐름을 보면 GDP 통계가 개발돼 경제정책에 활용된 이래 과거와 같은 큰 폭의 경기순환은 사라졌다. 대량의 예금인출이나 금융공황 장기실업도 발생하지 않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등이 GDP 통계편제를 20세기 경제 분야의 최대 발명품으로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국 경제상황을 파악하는 데 중심지표로 자리 잡은 뒤에도 GDP에 대한 비판은 계속 제기돼왔다. 이른바 ‘삶의 질’ 논란으로, ‘국민의 행복은 GDP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차원에서 새로운 지표가 많이 개발됐다. 대표적으로 1972년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부탄 국왕이 도입한 ‘GNH(Gross National Happiness:국민 행복)’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국민행복 차원에서 GDP를 대체할 새로운 지표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조지프 스티글리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의 석학을 초빙해 ‘스티글리츠위원회’를 결성했다. 한국도 이명박 정부 때 ‘그린 GDP’를 제정하려는 계획을 추진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2014년 4월 미국 상무부가 처음 발표한 ‘GO(gross output:총생산)’다. GDP는 최종 생산재만 계산하다 보니 중간재가 오가는 기업 간 거래를 파악하지 못하고 소비 비중이 너무 높아 혼선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GO는 중간재 생산까지 합산해 기업가의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GDP와 GO의 차이를 산에서 벌목한 생나무로 가구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알아보자. 가구 제품을 제작하려면 널빤지가 필요하고, 널빤지를 제작하기 위해선 통나무, 통나무를 만들기 위해서는 숲 속의 생나무가 있어야 한다. 이때 통나무와 널빤지는 최종 가구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일종의 중간재다.
<그림 1>에서 보면 같은 생산 과정인데도 GDP로는 350만원인 데 비해 GO로는 800만원으로 추계된다. 동일한 최종 재화라 하더라도 중간 단계가 많을수록 GDP와 GO의 격차가 벌어진다. 이 때문에 GO는 ‘만드는 경제(make economy)’, 즉 경제의 공급 측면을 잘 보여주는 잣대로 평가된다.
2012년 이후 한국의 국민소득을 GO로 산출해보면 GDP보다 연평균 150% 많게 추계된다. 국민소득을 GO로 추계했다면 코스피지수가 3000선(GDP 기준 코스피 2000선)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연도별로는 해가 갈수록 GO로 추정된 국민소득이 GDP로 파악된 것보다 더 높아지는 것도 미국과 다른 점이다.
미국과 한국 경제에 있어 GO와 GDP로 파악된 국민소득 차이는 경기침체 때 부양대책을 달리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 경제는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방향으로 초점을 둬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 정부는 경기부양책에서 이 점을 우선순위로 추진해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기업의 설비투자를 늘려줘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쪽에 초점을 맞춘 경기부양책을 시행했지만 의도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