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트가 아닌 주인공으로" 충청 민심 기류
與, 중원공략하는 'TK+충청' 재집권 시나리오 부상
野, 친박 프레임 가두면서도 "안희정도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으로 '충청 대망론'이 뜨거워졌다.

반 총장이 귀국한 날인 25일 밤 제주에서 "내년 1월1일이 한국 시민으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겠다"고 한 게 불을 지폈다.

마침 이원종 전 충북지사가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되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충청 출신이어서 집권 세력과 모종의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설도 제기된다.

공교롭게도 반 총장이 방한한 날 박근혜 대통령은 아프리카 순방을 위해 출국했다.

반 총장과 면담할 경우 불러 일으킬 정치적 해석의 여지도 줄인 셈이다.

지난해부터 반 총장을 여권의 잠재 대권 주자로 부단히 띄운 것도 친박(친박근혜)계였기 때문에 오해를 사기 좋은 환경이었다.

정치권에서는 대구·경북(TK)과 충청을 결합한 현 집권 세력의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충청권에서도 이제 대선 정국의 캐스팅보트가 아닌 주인공으로 올라서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4·13 총선 선거구 획정 결과 충청은 지리적 위치뿐 아니라 명실상부한 '중원' 지위에 올랐다.

더이상 과거 조역으로서의 충청권을 빗댄 '핫바지'나 '곁불'을 쬐는 신세가 아니라는 얘기다.

충청·대전(27석)은 여권의 정치적 심장부인 TK의 25석을 뛰어넘었고, 야권의 정치적 메카인 호남(28석)과 버금가는 의석을 점유하게 됐다.

충청이 지역구인 김태흠 의원은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반 총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정치권에, 특히 여당에 확실한 대선 주자가 없다는 의미"라면서 "또 하나 여야를 떠나서 정치권이 너무 혼란스럽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 출신이자 제주에서 반 총장을 직접 만난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은 SBS라디오에서 "대중적 인기와 다양한 행정, 사회적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서 "특히 우리가 존경할 부분은 보수적 가치를 상당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으로서 저희가 반기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친박계, 홍 사무총장 대행은 비박계로 통해 적어도 충청권에서는 반 총장에 대한 우호적 시각이 계파를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반면, 여권과 비교해 대선 주자가 풍부한 야권으로서는 반 총장이 '불청객'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반 총장의 대권 출마 전제 조건으로 '친박계의 옹립'을 강조하는 것도 반 총장을 친박계 후보라는 좁은 프레임 안에 가두겠다는 전략적 의미가 엿보인다.

그렇다고 현재 일부 감지되는 기류처럼 'TK+충청' 식의 지역주의에 묶어두는 것도 부담이다.

자칫 충청의 반발심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과거 'DJP 연합'(김대중·김종필)이 호남과 충청 연대로 집권에 성공했던 전례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서서히 부각되는 것도 이러한 정치적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고령(올해 72세)의 공무원 출신인 반 총장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대항마를 통해 시선을 붙들어 놓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불펜 투수' 자격이지만 도백을 연임하면서 언제든 그라운드에 오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친노(친노무현) 계열인 안 지사가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경쟁하게 되면 야권 내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충청 출신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반 총장의 등장이 안 지사의 등판을 오히려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며 "반 총장이 고령인 문제가 쟁점이 되면서 안 지사 같은 젊은 피,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앞당기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충청 대망론'이란 게 분명히 있고, 누가 그 대망론을 이루게 될지에 관심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반 총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강력한 의지를 표한 것은 인적 자원이 충분해졌다는 의미"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충청권에서 모처럼 대선 주자가 나왔는데 왜 분열시키냐, 이런 게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사람에게 몰아주자는 심리로 인해 안 지사가 등판할 공간이 좁아지거나, 지역정서를 고려하면 '장유유서' 논리도 발동할 수 있다.

안 지사와 가까운 당 관계자는 "충청 내에서 여권 지지자는 반 총장한테, 야권 지지자는 안 지사한테 기대를 거는 것 같고 결국은 충청권 내 부동층 잡기 경쟁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이정현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