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두 달간 매주 금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전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절망적인 선택”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로부터 3주 뒤 마두로 대통령은 다시 “공공부문 근로자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만 출근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일에는 베네수엘라의 시간대를 30분 빠르게 조정했다. 햇빛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일정 시간 전력 공급을 차단하는 조치 때문에 상점가에서도 불을 켜지 않은 채 영업해야 한다. 옷가게 주인이 컴컴한 가게에서 휴대폰의 손전등 기능을 이용해 옷을 보여주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수력자원이 풍족하고 석유매장량은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많은 세계 1위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전력난이 심한 걸까. 첫째 원인은 전력 공급의 60% 이상을 의존하는 수력자원이 엘니뇨(해수온난화현상)로 인한 심한 가뭄으로 크게 부족해진 탓이다. 석유는 많이 나지만 전기생산용으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석탄 발전소는 비중(30%)이 너무 낮다.

풍족한 자원을 믿고 전력을 펑펑 쓰도록 한 포퓰리즘 정책도 원인으로 꼽힌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2002년 집권 후 전기요금 동결을 선언하고, 전력소비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수요가 계속 급증했지만 차베스 정부는 2007년 전력망을 국유화해 요금을 묶어두는 전략을 유지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03~2012년 베네수엘라 전기 공급은 28%밖에 안 늘었는데 수요는 49%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