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고 연 1만여건…보험가입도 안된다
K씨는 2013년 8월 자전거를 타고 경기 성남시 탄천변 자전거도로를 달리다 사고를 냈다. 앞서 가던 자전거를 추월하기 위해 자전거도로 중앙선을 넘어가다 반대편에서 자전거를 몰고 오던 S씨와 충돌한 것. S씨는 척수손상 진단과 함께 장애등급 2급 판정을 받았다.

K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기소돼 2014년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S씨는 K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도 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민사3부(부장판사 김용철)는 지난 1월 K씨가 S씨에게 1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내 자전거 인구가 1200만명을 넘기면서 관련 안전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자전거 교통사고 관련 법규가 미비하고 시민의 안전의식도 부족해 사고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자전거 교통사고는 2011년 9474건에서 지난해 1만1390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자전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70명, 부상한 사람은 1만1742명에 달한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된다. 찻길의 오른쪽 가장자리나 자전거 전용도로로 통행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어린이와 노인만 자전거를 타고 인도로 다닐 수 있다. 그러나 일반도로는 여전히 자전거를 타기에 위험한 공간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했지만 군데군데 끊긴 구간이 많아 통행이 쉽지 않다.

자전거는 블랙박스가 달린 자동차와 달리 사고가 나도 과실 여부를 따지기가 어렵다. 목격자 진술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민사소송까지 가는 일도 많다. 사고가 나면 사망이나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전거가 도로교통법상 보험가입 의무 대상이 아니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윤기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자동차 보험 의무가입 대상은 이륜차 중 오토바이까지만 해당된다”며 “자전거와 보행자가 부딪치는 사고도 늘고 있는데 자전거 이용자가 막대한 치료비를 물고 형사상 책임까지 져야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자전거 사고도 자동차 사고처럼 처리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하면 불기소 처분되지만 합의되지 않으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입건돼 검찰에 송치된다.

보험사들이 자전거 이용자의 보험 가입을 기피하는 현실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보험사들은 의무보험이 아닌 데다 가입자가 적다는 이유로 자전거 보험을 별도 상품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 자전거 이용자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은 일반사고 보장 상해보험 상품에 자전거 사고를 특약으로 결합한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시민의 안전 불감증도 사고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전거는 법상 이륜차이기 때문에 술을 마시고 운전하면 안 되지만 일부 자전거 동호회 회원은 교외에 나가 술을 마시고 단체로 자전거를 타는 일이 많다고 한다.

자전거 관련 사고가 급증하자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자전거 전담 검사’를 지정하기도 했다.

김지헌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 부장검사는 “오토바이처럼 자전거 사고 역시 중상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은데 관련 법규나 제도가 촘촘하지 못하다”며 “앞으로 3개월간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분석해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