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면서도 콜록콜록 숨쉴 때마다 쌕쌕…'감기의 탈'을 쓴 천식입니다
황사와 미세먼지, 꽃가루 농도가 높아지는 봄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괴로운 계절이다. 특히 천식은 어린이부터 청소년, 중·장년층, 노년층까지 전 연령대에 발병하며 성인 20~30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최근엔 대기오염이 늘면서 환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천식 증상이 심해지는 시기와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는 시기가 겹치면서 두 질환을 혼동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두 질환 모두 기침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해야 할 천식을 감기인 줄 알고 방치해 병을 키우기도 한다. 봄철 호흡기 건강을 위협하는 천식의 증상과 치료법 등을 알아봤다.

호흡곤란, 심한 기침이 주요 증상

자면서도 콜록콜록 숨쉴 때마다 쌕쌕…'감기의 탈'을 쓴 천식입니다
천식은 폐 속으로 공기가 지나는 통로인 기도에 만성 염증이 생겨 예민해진 상태를 말한다. 기도가 예민해지면 대기 중에 있는 자극물질 때문에 쉽게 과민반응이 일어난다. 기관지 점막이 붓고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면서 기도가 좁아져 숨이 찬 증상을 보인다.

천식의 가장 대표 증상은 호흡곤란, 기침이다. 좁아진 기관지로 공기가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호흡기에서 쌕쌕하는 소리가 나는 천명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들숨을 쉴 때보다 날숨을 쉴 때 소리가 더 많이 난다.

증상은 반복해 나타난다. 발작하는 것처럼 갑자기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밤사이와 이른 새벽에 심해진다. 기관지가 많이 좁아지지 않았다면 마른기침, 가슴 답답함, 흉부 압박감과 같은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 목구멍에 가래가 걸려 있는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도경련이 심해 기도가 완전히 막히면 천식 발작을 일으켜 사망할 수도 있다.
자면서도 콜록콜록 숨쉴 때마다 쌕쌕…'감기의 탈'을 쓴 천식입니다
유전 영향 받는 알레르기 질환

천식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부모가 천식을 앓았다면 자식도 천식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 천식을 일으키는 원인물질과 증상을 심하게 하는 악화물질이 있다. 원인물질은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동물 털과 비듬, 바퀴벌레, 식품, 약물 등이다.

김용현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아스피린에 과민성이 있는 환자도 있다”며 “이들은 아스피린뿐 아니라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복용도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진통제를 복용해야 한다면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을 복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악화물질은 담배연기, 실내오염 물질, 식품첨가제, 황사 등이다. 스트레스, 감기, 운동 등 신체활동, 기후변화도 증상을 나빠지게 한다. 천식이 있으면 찬 공기, 담배연기, 자극적인 냄새 등에 노출됐을 때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차고 가랑가랑하는 숨소리가 들리거나 발작적인 기침을 한다. 밤중에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차고 기침이 발작적으로 일어나 잠에서 깨기도 한다. 운동할 때나 운동을 마친 뒤 숨이 찬 증상을 호소하고 마른기침을 계속한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천식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별한 원인 없이 기침이 한 달 이상 오래 지속될 때, 감기에 걸리면 숨이 차고 가랑가랑하는 숨소리가 들릴 때, 매년 봄이나 가을 일정 기간에 기침이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숨이 찰 때, 시험 등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면 숨이 차거나 가랑가랑하는 소리가 들릴 때 천식을 의심할 수 있다. 이때에는 알레르기 천식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좋다.

폐기능, 가래 검사로 진단

이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으면 천식 진단을 위한 검사를 한다. 폐기능 검사, 천식유발 검사, 객담(가래) 검사 등이다. 폐기능 검사를 하면 기관지가 얼마나 좁아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기관지 확장제를 흡입해 좁아진 기관지가 충분히 넓어지는지를 확인한 뒤 천식을 진단한다. 객담 검사는 객담에 있는 알레르기 염증세포를 직접 관찰하는 것이다. 천식을 진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기도의 알레르기 염증 정도를 측정해 치료 방향을 결정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

천식으로 진단 받았다면 평생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기관지가 좁아져 합병증이 생기기 쉽다. 천식은 만성적이고 재발이 잦은 질환이다. 진단 받았다면 증상을 잘 조절해 폐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심재정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증상을 완화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기관지 확장제 등을 사용하는 약물치료를 활용한다”며 “원인물질 노출을 줄이고 악화인자를 멀리하도록 하는 회피요법, 집먼지 진드기나 꽃가루가 원인일 경우 알레르기원을 체내에 주사해 면역력을 높이는 면역치료 등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천식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 무엇인지에 따라 생활습관도 바꿔야 한다. 실외에서 꽃가루 등에 노출돼 특정 시기에 증상이 악화된다면 그 시기에는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 원인 물질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대기 오염지수가 높은 날에는 실외에서 격한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일부 천식 환자는 헤어스프레이, 향수, 페인트, 휘발유, 모기향, 새 가구의 냄새, 음식을 조리할 때 나는 냄새, 후덥지근한 공기 등으로 인해 천식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과거 이런 환경에 노출됐을 때 증상을 보인 경험이 있다면 자극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호흡기 감염은 천식증상을 악화시킨다. 감기 및 독감 환자와 되도록 접촉하지 말고 매년 독감 예방접종을 받는 게 좋다. 천식 환자는 심폐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운동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일부는 운동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운동 때문에 생기는 천식은 심한 운동을 할 때나 운동 후 5~10분이 지났을 때 가장 심하다. 20~30분이 지나면 증상이 대부분 나아진다. 운동 5~15분 전에 예방약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흡연은 호흡기에 염증을 일으키고 기도 상피세포를 망가뜨려 천식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천식 치료제 효과도 떨어뜨린다. 천식 환자라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소아천식, 조기 진단 특히 중요

국내 천식 환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10세 미만 어린이다. 가족 중 알레르기 질환자가 있고 아이가 오랜 기간 기침, 가슴 답답함, 천명 등의 증상을 보이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소아천식은 방치하면 기관지 조직이 변형돼 기관지가 좁아지고 폐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심하면 성장장애, 가슴 기흉 등의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 송대진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천식은 일찍 진단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심재정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송대진 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용현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