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주 35시간 근로제 폐지, 해고 요건 완화 등을 담은 노동법 개정안을 의회 표결 없이 긴급명령 형태로 각료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유럽에서 최고 수준(10.3%)인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과감한 노동개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 비상수단을 꺼내든 것이다. 프랑스 헌법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총리가 각료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긴급 명령권을 허용하고 있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노동법 개정안이 현실적으로 의회의 벽을 넘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 이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고 프랑스는 계속 전진해야 한다”며 법안 통과를 선언했다. 배후에는 물론 올랑드 대통령이 있다. 그는 “일자리 문제가 테러보다 더 위협적”이라며 노동개혁의 불가피성을 역설해왔다. 올랑드가 사회당 내에서조차 반대가 적지 않은 노동법 개정을 밀어붙인 것은 전통적 지지세력인 좌파의 지지보다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2013년 이후 줄곧 10%대로 높다. 2000년 주당 35시간 근무제 도입 전에는 8%대였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24%로 매우 심각하다. 해고가 어려운 경직적 노동시장 탓이다. 노동법 개정안에서 ‘수주나 영업이익이 줄어들 때’는 해고할 수 있게 한 것도 그래서다.

국내 노동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온갖 대책에도 불구하고 4월 청년 실업률은 10.9%로 4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3개월 연속 두 자릿수다. 그런데도 정부가 국정과제로 꼽은 노동개혁은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가고 있다. 기간제법은 철회됐고 국회 계류 중인 파견법은 내용이 크게 후퇴해 기대할 게 없다. 정부의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지침은 유연성 제고는커녕 해고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런데도 야권과 노동계는 ‘쉬운 해고’ 운운하며 모든 노동개혁을 무산시킬 태세다. 완전히 새로운 노동개혁안을 짜야 할 상황이지만 정부는 국회 탓만 하고 여당도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프랑스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