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말부터 당뇨 고혈압 등의 발병 확률을 미리 알아보는 유전자 검사가 쉬워진다. 미국 영국 일본 등처럼 국내에서도 병원에 가지 않고 인터넷 등을 통해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각종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의료계와 산업계 전문가로 구성한 ‘유전자 검사제도 개선 방안 태스크포스’가 이 같은 내용의 민간기업 유전자 검사 서비스 허용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태스크포스가 내놓은 방안을 확정한 뒤 이달 중순께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다음달 3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인터넷으로 'DNA검사' 신청…당뇨·고혈압 체크

이종은 유전체기업협의회 회장(디엔에이링크 대표)은 “질병 예방 등에 개인 유전 정보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며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유전자분석산업의 가치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유전자 검사제도 개선방안 태스크포스(TF)’가 4개월여의 논의 끝에 마련한 민간기업의 유전자 검사 허용 범위는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비타민C 대사 관련이다. 체질량 등 비만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 일부도 포함됐다.

다만 폐암 위암 등 암과 블룸증후군 등 희귀 유전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는 제외됐다.

이번 조치로 국내에서도 다음달 말부터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처럼 인터넷으로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미국 바이오기업 23앤드미는 온라인으로 신청한 뒤 199달러를 내면 분석 키트를 집으로 보내준다. 키트에 침 등을 받아 보내주면 질병부터 약물 반응, 알코올에 대한 민감도, 체중 등 다양한 유전 정보를 분석해준다.

유전 정보 분석 시장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질병 예방뿐 아니라 치료법이나 치료제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밝히면 이에 맞는 표적 치료제를 개발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화이자, 로슈 등 다국적 제약사는 23앤드미와 손잡고 염증성 장질환, 파킨슨병 등 다양한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마크로젠 디엔에이링크 랩지노믹스 등 국내 유전자 검사 전문 기업들은 관련 서비스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유전자 검사 시장이 급팽창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의료계 등 일각에선 유전자 검사 오남용 등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성직자 의료인 등으로 구성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