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1년에 상고심만 100건 담당…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능력자?
대법관 출신 대형 로펌 변호사가 3심인 대법원 상고심에서 공동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리는 ‘도장값’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경제신문이 3일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연간 수임한 상고심 사건 수(판결 기준)를 살펴본 결과다. ‘전관예우’ 행태가 숫자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손지열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69)는 연간 100건 이상의 상고심 사건에 이름을 올려 수임 건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4년 대법원 판결 가운데 손 변호사가 관여한 재판은 124건이었다. 2015년 108건, 올해는 4월까지 39건의 사건에 변호인으로 참여했다. 박일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65)가 뒤를 이었다. 박 변호사는 2012년 법복을 벗고 2013년 7월 바른에 합류한 직후부터 대법원 사건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2014년 판결이 난 재판 중 46건에 관여했다. 2015년엔 63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23건의 판결에 이름이 올라 있다. 이홍훈 화우 변호사(70)는 지난해 판결이 난 재판 중 47건에 이름을 올려 3위를 차지했다.

한 대형 로펌 대표 변호사는 “대법관 출신은 대법원에서 요구하는 상고이유서 형식과 논리를 잘 알기 때문에 1, 2심에선 사건을 맡지 않다가 상고심에 가서야 합류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이름을 올리는 것은 전관예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상고심 수임은 대법관 재임 시 같이 근무한 대법관 재판부 사건을 맡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그런 사건 수임은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협회장은 전관예우 근절 차원에서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 다른 변협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1년에 100건 이상의 사건을 수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1, 2심을 거치며 쌓인 자료만 해도 산더미 같을 텐데 결국 상고이유서를 살펴보고 이름만 올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로펌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김앤장 측은 “손 변호사가 맡은 사건은 모두 법률사무소에서 공동으로 수임한 사건”이라며 “손 변호사가 휴일까지 반납해가면서 사건 검토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일환 변호사는 “대법관 시절 한 달에 30~40건의 판결을 선고했다”며 “변호사로서 한 달에 10건 정도 처리하는 것은 대법관 시절 일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