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 교류, 한·이란 동반자 시대 지름길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5월1일 테헤란 메흐라바드 국제공항에 대통령 전용기가 내릴 것이다. 1962년 수교 후 처음, 아니 한국과 이란의 오랜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목적, 거둘 성과에 대해 두 나라 국민 모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관심사는 대개 경제통상 분야다. 한국 기업이 얼마를 수주할지, 대(對)이란 수출은 얼마나 늘지, 한국이 원유를 얼마나 더 수입할지, 금융 지원을 얼마나 제공할지 등 상업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그것이 양국 관계의 전부, 박 대통령 방문의 전부는 아니다.

이란과 한국 관계가 경제·통상 위주로 진행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주를 늘리고 상품을 더 많이 사고판다고 경제·통상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도 아니다. 경제·통상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은 의외로 다른 곳에 있다.

필자는 항상 양국 관계를 조금 비판적으로 보려 한다. 그래야 객관적일 수 있고 문제점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국 관계의 큰 문제점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경제·통상, 그것도 교역 위주다. 더 좋은 조건이 나타나면 언제든 거래처를 바꿀 수 있는 관계이고, 원유 가격이 폭락하면 양국 교역액이 급락하는 구조다.

안정적이고 항구적인 경제관계를 위해서 흔히 쓰는 방법이 상호 투자다. 거래처는 가격이 맞지 않으면 쉽게 바꿀 수 있지만 투자 즉, 공장을 세우고 직원을 고용하고 그 시장에 뿌리를 내렸다면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쉽게 떠날 수 없다. 이란과의 경제관계도 이처럼 교역 위주에서 투자 위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낯모르는 사람에게서 물건은 살 수 있어도 알지 못하는 사람과 돈을 섞지는 않는다. 양국 관계를 투자를 통해 안정적이고 항구적인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우선 해야 할 일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다. 두 나라 국민을 서로 알아가게 하는 노력이 문화교류다. 양국 간 문화교류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정치·경제 모든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받쳐주고 새로운 싹이 나서 자라게 하는 토양이다. 이란과의 관계에서는 얼마짜리 공사를 수주하느냐 하는 ‘과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씨알 굵은 과일이 열릴 수 있도록 나무가 자라는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일이 더욱 절실하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양국 국민 간 서로에 대한 이해는 표피적인 수준이다.

알게 되면 보이고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고 한다. 이란도 한국도 서로 알게 되면 새로운 것이 보이고 그때 보이는 것은 단순한 거래 상대가 아닐 것이다. 허물없는 친구, 신뢰할 수 있는 동업자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투자를 하고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사이가 된다. 마주 보고 거래하는 단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가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한국 해외문화홍보원은 박 대통령의 이란 체재 기간에 현지에서 다양한 전시, 공연행사를 연다. 한국 문화를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행사가 아니라 이란 예술인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종합 문화 행사다. 주제부터 ‘문화 공감’이다. 한국이 이란을 단지 시장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친구로서 왔고 친구로 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 대통령 방문 시 다양한 사업 성과가 발표될 것이다. 문화 분야의 합의 사항도 많이 나올 것이다. 그것이 당장 눈앞의 이(利)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기에 관심을 받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멀리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두 나라 국민을 서로 알게 하고 친숙하게 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다변화하고 튼튼하게 하는 토양을 다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 토양을 가꾸고 기름지게 하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몫이다.

김승호 < 주 이란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