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진본 대구도시철도공사 교육원장(가운데)과 직원들이 기업과 함께 개발한 신제품 특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구진본 대구도시철도공사 교육원장(가운데)과 직원들이 기업과 함께 개발한 신제품 특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대구도시철도공사의 개방형 혁신과 특허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사장 홍승활·사진)는 지하철의 각종 시설을 기업 테스트베드로 제공하는 개방형 혁신으로 예산절감은 물론 기업과 공동개발한 기술의 특허처분 수익까지 확보하는 등 도시철도 경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 손잡고 개방형 혁신·특허경영…거침 없는 대구도시철도공사
공사는 2007년부터 지식경영에 나서 특허등록 30건, 실용신안 4건, 저작권 3건, 상표권 8건, 디자인 4건 등 총 49건의 지식재산권을 획득했다. 출원 중인 특허 등 지식재산권도 17건에 이른다. 공사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기업 신기술을 키우고 기업의 역외 진출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특허처분에 따른 수익 등 연간 12억원의 경영개선 효과도 거두고 있다. 기술개발에는 9개사가 6개 과제에 참가해 이 가운데 8개사가 성공했다.

공사는 지하구조물 방수시트의 접착력이 부족해 일부 지하시설물에 지하수가 흘러들어오거나 구조물 균열이 생기는 난제를 안고 있었다. 2010년 대구기업인 흥신ENC와 함께 문제해결에 나선 공사는 아크릴 방수시트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아스팔트 방수 시트지에 부직포를 접착한 뒤 아크릴을 녹여넣는 기술이다. 아크릴이 물과 반응, 팽창하는 성질을 이용해 누수발생을 근본적으로 예방한 것이다. 유지관리비용 절감은 물론 개발회사 매출 발생에 따른 6000여만원의 기술지분료 수입까지 덤으로 얻었다. 구진본 공사 교육연구원장은 “기업과 함께 기술개발에 나서면서 공사는 기술개발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은 신기술 개발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제공받아 신기술을 개발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LED조명과 카메라 레이저 교정장치 등으로 구성된 모노레일 검사장치도 개발해 회당 2억3800만원의 예산절감효과를 얻고 있다. 철로의 급곡선에서 발생하는 차바퀴와 레일의 마찰로 인한 소음을 줄이기 위해 울산 조광산업과 함께 레일 상부에 기름을 바르는 도유시스템도 개발했다. 이 기술로 급곡선의 소음을 4~5db 이상 줄였다. 공사와 업체는 이 기술을 대전도시철도공사에도 공급해 기술처분료 수입도 올렸다. 열차 자동 운전장치용 테스트기도 자체 기술로 개발해 수입대체효과와 함께 5000만원의 예산절감효과를 보고 있다.

1995년 창립된 공사는 2500여명의 직원이 1, 2, 3호선을 운영하고 있다. 2009년 연구개발(R&D) 센터로 기술개발부를 꾸려 연구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건설기계기술사 건축시공 기술사 등 7명의 기술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개통한 3호선은 지상 10m에서 운행되는 전국 최초의 모노레일로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관광자원, 광고자원화하고 있다. 테마열차라는 콘셉트를 동원해 대구의 예술을 소개하고 웨딩열차 해맞이 열차 등 다양한 이벤트로 시민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모노레일이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시민들의 이벤트 공간이자 관광과 예술을 알리는 미디어로 바뀐 것이다.

공사는 6월에 축제가 열리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과 업무협약을 맺고 4월부터 뮤지컬 테마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DIMF는 뮤지컬을 소재로 한 테마열차(3호선)와 찾아가는 DIMF 등 다양한 뮤지컬 갈라 공연을 열차에서 열고 있다. 뮤지컬테마열차는 DIMF와 한국 창작뮤지컬, 세계 4대 뮤지컬 총 3개의 콘셉트로 칸마다 색다른 뮤지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수송 수요 증대를 위해 공사는 ‘로보카 폴리’ 인기 만화캐릭터를 래핑한 어린이 테마열차(2대, 6량), 모노레일을 전용으로 이용하고 싶은 고객에게 1대(3량)를 ‘통째로’ 빌려주는 특별 이벤트 열차도 운영하고 있다. 청혼이벤트, 웨딩열차, 인문학열차, 성탄열차, 해맞이 열차도 운행했다.

규제개선을 통한 수익 확대에서도 실적을 냈다. 공사는 대구시, 행정자치부, 국토교통부 등과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개정을 추진해 외부광고 면적을 열차의 25%에서 50%로 확대했다. 로보카폴리 래핑열차를 제외한 3호선 26개 전 편성을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활용, 연간 4억원의 추가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공사는 앞으로도 콘서트열차 운행 등 이벤트열차를 더욱 활성화하고 대구시 시티투어와의 연계를 통해 상호할인 등 3호선의 관광자원화를 강화한다.

홍승활 공사 사장은 “지하철에서는 대부분 스마트폰만 보지만 지상철인 모노레일의 승객들은 대구를 다르게 느끼고 있다”며 “3호선 모노레일이 관광 예술 등 대구의 진면목을 알리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허경영과 관련, “독자적으로 연구할 것과 기업 또는 지자체 정부의 도움을 받아 운영할 것을 구분해 철도 운영과 관련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운영 노하우와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