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럼] "중국 춘제 기간 '모바일 세뱃돈' 2조원 주고받아"
“중국에선 지난 춘제(설) 기간 모바일로만 2조원 가까운 훙바오(붉은 봉투·세뱃돈)가 오갔습니다.”

셜리 위 추이 중국비자 대표(사진)는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 2016’의 글로벌 리더 강연에서 이 같은 사례를 들며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핀테크(금융+기술)산업을 소개했다.

추이 대표는 “중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오프라인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보다 온라인과 모바일 금융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은 곳”이라며 “중국 최대인 공상은행도 1만7000여개 지점에 한정돼 있지만 모바일 은행은 세계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이 대표는 이어 결제대행뿐만 아니라 예금, 송금 등 본격적인 은행 영역에 진출한 중국 알리바바의 사업모델을 설명했다. 중국 전자상거래의 50~60%를 차지하는 결제시스템인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일정 금액 이상의 예금에만 이자를 주는 기존 오프라인 은행과 달리 소액 적립금에도 이자를 주는 유인책으로 1억명의 고객을 유치했다. 그는 “1억명의 평균 적립금 잔액이 150달러 정도인데 이를 더하면 엄청난 금액이며 기존 은행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신용정보 시스템이 불완전한 중국의 상황에 맞춰 알리페이 이용 실적이 쌓이면 이를 신용도로 환산해 대출 금리를 낮춰주고 외국 여행을 할 때 비자를 받는 데 도움을 주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추이 대표는 설명했다.

카카오톡과 비슷한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과 관련된 일화도 소개했다. 얼마 전 저녁식사 자리에서 위챗 관계자에게 “중국 국적이 아니라서 위챗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에 가입하지 못한다”고 말했더니, 위챗은 하루 만에 여권 번호만으로도 서비스 가입이 가능하게 개선했다고 한다.

추이 대표는 “위챗 관계자가 그 자리에서 누군가와 열심히 휴대폰으로 메신저를 주고받은 뒤 ‘내일 아침에 한 번 해보세요’라고 말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고 놀라워했다.

추이 대표는 “앞으로는 결제 대행, 송금, 자산 컨설팅 등 기존 은행이 종합적으로 제공하던 서비스가 세분화돼 각 분야에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타날 수 있다”며 “결제 대행을 예로 들면 자동차(커넥티드 카), 웨어러블기기(구글 글라스), 게임기 등 모든 관련 업체가 금융결제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비자카드는 고객 25억명과 가맹점 4000만개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구글의 지도를 이용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