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에이스, 다중위성항법 대응칩 개발

최근 북한이 감행한 GPS(인공위성위치정보) 전파 교란 공격을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GPS 등 위성신호 수신칩 개발업체인 텔에이스는 최근 독자기술로 다중위성항법 대응칩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사업은 국방과학연구소 산하 민군기술협력센터의 민군 실용화 과제로 수행된 것이다.

텔에이스가 개발한 칩은 미국이 운영하는 위성위치확인체계인 GPS뿐 아니라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나 중국의 '베이두'(BeiDou)에서 오는 위성신호를 동시에 수신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들 세 개 위성위성확인체계를 모두 수신할 수 있는 다중위성항법 대응칩이 개발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글로나스나 베이두는 GPS와 다른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GPS를 겨냥한 교란 신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다중위성항법 대응칩을 장착한 항공기나 선박 등은 GPS 전파 교란 공격이 들어올 때 글로나스나 베이두의 위성신호를 수신해 여전히 위성항법으로 운항할 수 있다.

GPS와 글로나스, 베이두 등 세 종류의 위성신호를 모두 교란시키지 않는 한 다중위성항법 대응칩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것이다.

특히 베이두는 중국 기술이어서 북한이 이를 교란시키는 전파 공격을 할 경우 중국도 피해를 볼 수 있다.

텔에이스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한 칩은 한 종류의 위성신호만 받거나 세 종류의 위성신호를 모두 수신하도록 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더 많은 위성으로부터 위성 신호를 수신하면 정확성과 안정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텔에이스에 따르면 현재 일부 군 무기체계에서 사용되는 군용 GPS는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없고 군용 GPS라 해도 교란 전파의 출력이 강해지면 역시 교란당할 수 있다.

미군에서는 강한 방해 전파가 섞인 신호는 무시하고 약한 신호만 해석하는 '수신패턴 제어 안테나'(CRPA)를 이용해 GPS 신호 교란에 대응하고 있지만, 값이 비싼 데다 크기·무게도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텔에이스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한 다중위성항법 대응칩은 북한의 GPS 전파 교란 등에 대비해 민간 선박에 활용할 경우 조업 중단 같은 피해를 줄이는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1일부터 엿새간 계속된 북한의 GPS 전파 교란으로 항공기 1천7대와 선박 715척, 이동통신 기지국 1천794곳이 영향을 받았다.

큰 피해는 없었지만, 일부 선박은 조업을 중단하고 돌아오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