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올 3%대 성장 낙관…필요하면 추경 편성할 것"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현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IR) 자리.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을 향한 첫 질문은 정부가 목표로 한 경제성장률 3.1%를 달성할 수 있느냐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9%에서 2.7%로 낮췄다.

유 부총리는 기다렸다는 듯 “조심스럽지만 낙관한다”고 받아쳤다. “정책 여력이 충분하고, 투자 활성화 대책과 구조개혁을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국가부채비율이 36%에 불과하고, 기준금리가 연 1.5%로 여유가 있다는 점도 곁들였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필요하면 재정을 더 풀고, 금리도 더 낮출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계부채를 우려하는 시각과 관련해선 “규모가 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경제에 충격을 줄 정도는 분명히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대해서도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아 영향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중국이 내수 중심의 지속 가능한 성장모델로 이행하는 것이 한국의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수출 부진을 지적하는 질문에는 “농담이지만 핑계를 대겠다”며 “세계 시장의 교역량 자체가 줄어든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산업 경쟁력을 높여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겠다”고 대응책도 제시했다.

이날 행사는 잘 짜여진 각본에 따른 것처럼 진행됐다. 유 부총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출신답게 세련된 영어로 능숙하게 20여분간의 프레젠테이션을 깔끔하게 마쳤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IR이 끝난 뒤 “쉬운 질문이었고, 모범답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잡지 포브스의 팀 퍼거슨 아시아 대표는 “유 부총리가 강조한 구조개혁이 얼마나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국의 총선 결과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추경 편성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중국 경기가 더 악화되거나 일본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추경 편성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