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한국GM, 말리부 마케팅 '안 하나 못 하나'
한국GM이 다음달로 예정된 중형 세단 신형 말리부(사진) 출시를 앞두고 아직까지 마케팅 시점을 잡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다. 작년에 1조원 가까운 순손실을 낸 한국GM은 소비자들의 기대가 큰 신형 말리부 흥행에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신형 말리부의 흥행을 위해 이제라도 적극적인 신차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는 마케팅부문과 판매 중인 구형 말리부의 재고 소진이 우선이라는 영업부문이 대립하면서 아직까지 제대로 된 마케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선 통상 주력 모델에 대한 마케팅이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전부터 시작된다.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과 영업부서 간 갈등은 어느 기업이나 있지만, 신차 마케팅이 이렇게 늦어지는 건 이례적”이라며 “한국GM 최고경영진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형 말리부는 한국GM이 올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차종이다. 한국GM은 올해 연간 총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20.1% 늘어난 19만1000대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선 신형 말리부를 3만대 이상 팔아야 한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구형 말리부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1만6382대로, 2014년보다 14.5% 줄었다. 올해 3월까지는 1921대로 전년 동기 4110대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신형 말리부 대기 수요가 늘어난 데다 지난달 출시된 경쟁차종인 르노삼성의 SM6로 소비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신형 말리부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구형에 비해 차체 길이를 57㎜ 늘리면서도 무게를 130㎏ 줄여 공간 활용성과 연비를 동시에 높였다. 한국GM은 그러나 이런 장점을 공식적으론 아직까지 일절 알리지 않고 있다. 신모델을 섣불리 알렸다가 구모델 판매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국내영업부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매출은 11조9371억원으로 2014년보다 7.5% 줄었고 영업손실은 5943억원으로 네 배가량 확대됐다. 순손실은 2014년 3535억원에서 지난해 9868억원으로 커졌다.

한국GM 관계자는 “수출 감소와 인건비 상승으로 2002년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냈다”며 “내수 판매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