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4군 해운, 구조조정 서둘러야
평형수가 빠져 버린 현대상선이 침몰을 앞두고 구조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선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이미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현대상선은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무상 감자를 단행해 자본금이 1조2000억원에서 173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채권단은 연간 1조8793억원에 이르는 용선료를 조정해야 감자와 출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요구한 바 있다. 현대상선은 해외 선사 다섯 곳과 접촉해 용선료를 깎기 위한 재협상과 위약금 없이 조기 반선(返船)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채권단은 조건부 자율협약에 따라 회사채 만기를 3개월 연장하고 내달 중순까지 경영 정상화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실사를 할 계획이다. 무보증 사채 만기 연장과 현대증권 지분 매각도 진행 중이다. 이런 조치가 하나라도 어긋나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현대상선은 머스크, MSC 등 규모가 더 크고 자금 사정이 좋은 해외 선사들과 경쟁하다 부채가 발생한 사기업이다. 적자는 계속되고 이익 창출은 어려워 보인다. 선박 금융을 가장 많이 제공하는 수출입은행은 어려운 선사 입장을 감안해 현대상선을 포함해 선박담보 비율 유지의무 적용을 유예했고, 업계는 산업은행에도 유예를 건의했다.

한국 해운이 어려운 이유는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 때문이다. 이로 인해 컨테이너 등 운송 수요는 1년 넘게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 선사들은 1만8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한 개)급 이상 메가 컨테이너에 투자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33척이 유럽, 중국, 대만 등 경쟁사에 인도됐다. 올해도 12척, 내년에 25척, 2018년에 23척이 각각 인도될 예정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초대형 신조선 발주가 전혀 없다. 당장 먹고살기 어려워 내일에 대한 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운업은 ‘제4군(軍)’이라고도 한다. 유사시 병력·장비를 운송하는 국가 안보에 반드시 필요한 기간산업이기 때문이다. 또 해운업이 무너지면 10만명에 이르는 선원들 일자리도 없어진다.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만만찮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는 배가 작고 자금이 달려 경쟁하기 힘들다.

중국 경제가 세찬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우리도 업계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다시 싸워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독이든 피자는 그만 먹어야 한다.

윤삼수 < 시도쉬핑(홍콩) 한국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