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골드러시'] 1인가구 증가 '날개' 단 편의점…전성기 PC방·중국집보다 많아
2013년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한 GS25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김모씨. 학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편의점을 운영하는 업무에 흥미를 느꼈다. 점포 사장을 도와 상품 발주를 해보고 재고관리도 도맡아 했다. 취업준비를 위해 토익책을 붙들고 있는 것보다 낫겠다 싶어 편의점 창업을 결심했다.

은행에서 2500만원을 대출받고, 서울보증보험에 보험료를 내고 5000만원 상당의 담보물을 제공받아 창업비용(임차료 제외)을 마련했다. 김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수소문한 끝에 작년 말 남양주시청 주변에 편의점을 열었다.
편의점이 고속 성장하면서 편의점 창업을 원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직장인들이 31일 CU 서울 원효로2가점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편의점이 고속 성장하면서 편의점 창업을 원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직장인들이 31일 CU 서울 원효로2가점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인테리어 비용을 본사가 부담

1인 가구 증가에 힘입어 편의점 매출이 급증하면서 이 분야 창업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김씨 같은 젊은 층이 편의점 창업에 나설 수 있는 것은 비교적 적은 돈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서다. 프랜차이즈 빵집이나 패스트푸드점을 열려면 1억원 이상의 인테리어비를 내야 하지만 편의점은 인테리어비를 대부분 본사에서 내기 때문에 가맹점주 부담이 적은 편이다.

인테리어 비용이 적게 들어 다른 업종에 비해 창업 초기에 목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CU 편의점을 여는 데 드는 최소 비용은 2270만원이다. 상품과 비품을 구입하고 본사에 내야 하는 가맹비를 합한 금액이다. 여기에 가맹점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도중에 해약할 때를 대비해 부담하는 보증금이 있다. 평균 5000만원인데 계약기간을 채우면 돌려받는다. 보증금은 꼭 현금일 필요가 없어 대부분 부모나 본인의 집을 담보로 맡기거나 보증보험에 400만~500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담보물을 제공받는다.

이처럼 초기 투자비와 보증금을 합한 편의점 가맹점 사업자의 평균 부담금액은 7000만원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거래 사이트(franchise.ftc.go.kr)에 따르면 GS25 7237만원, CU 7270만원, 세븐일레븐 7329만원, 미니스톱 8720만원이다. 치킨과 맥주 등을 판매하는 BBQ카페(1억1369만원)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3억원 이상 필요한 프랜차이즈 빵집이나 패스트푸드점과 비교하면 30% 수준이다. 은퇴자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편의점 창업에 몰리는 이유다.

카페나 패스트푸드점보다 매장 면적이 크지 않은 것도 편의점 창업의 매력 중 하나다. 사업 성패의 중요한 요인인 임차료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빵집, 치킨집과 달리 편의점은 별도 조리시설이 없어도 돼 관리 비용이 덜 들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실패 비율도 낮고 규제도 덜해

[편의점 '골드러시'] 1인가구 증가 '날개' 단 편의점…전성기 PC방·중국집보다 많아
편의점은 다른 자영업에 비해 실패 위험이 작은 업종으로 꼽힌다. 창업 3년 후 살아남는 자영업의 평균 생존율은 40%지만 편의점은 70%가 넘는다. 서울시가 43개 생활밀접형 자영업의 3년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편의점은 72.6%였다. 편의점 10곳이 문을 열면 3년 뒤에도 7곳 이상이 살아남는다는 얘기다. 치과(77.8%), 약국(75.6%)과 비슷한 수준이다. 소액 창업이 가능한 휴대폰 판매점(43.8%)과 부동산중개업(45.9%), 호프(49.3%), PC방(31.6%) 등은 생존율이 낮았다.

‘창업 정글’에서 편의점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소비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1인 가구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2000년 15.6%에서 지난해 27.1%로 증가했다. 이 비중이 2035년이면 34.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도 편의점 업계엔 호재다. 근거리 소비를 선호하는 노년층이 편의점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프랜차이즈 빵집 등에 비해 규제 장벽이 낮은 것도 이점이다. 같은 브랜드 편의점과 250m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조항만 지키면 편의점 창업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없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서민층이 편의점을 창업하기 때문에 다른 업종에 비해 규제가 덜한 편”이라며 “규제 리스크가 적어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잘 선택하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강영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