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 대표 "스타트업에 디자인 투자…스타벤처 100개 키울 것"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이노디자인의 김영세 대표(사진)는 1986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회사를 차렸다. 일리노이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자리를 과감히 내던지고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튼 것이다.

김 대표는 “눈앞에 금광이 있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며 “툭툭 튀어나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만나면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이노디자인은 해외 벤처를 포함해 삼성전자, 레인콤 등과 손잡고 수많은 ‘히트상품’을 만들어냈다.

30년 후, 김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예전 실리콘밸리처럼 기술력은 높지만 디자인 역량이 떨어지는 곳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기술을 파는 기술이 디자인”이라며 “창업 30주년을 맞아 내놓는 DXL-랩을 통해 ‘제2의 금광’에 뛰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DXL-랩은 스타트업과 디자이너, 투자자가 만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DXL-랩에 제품 콘셉트를 올려놓으면 디자인 업체 또는 독립 디자이너들이 접촉해 상품화 과정을 돕는다. 이노디자인은 각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도록 관리를 한다. 김 대표는 “유망 업체는 이노디자인과 제휴를 맺은 벤처캐피털(VC) 등이 지분 투자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며 “디자인 컨설팅부터 상품화, 투자로 이어지는 새로운 벤처 육성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국내 중소기업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개발(R&D)에 급급한 경우가 많은데 ‘사고 싶은 상품’을 만드는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

그는 “국내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저렴한 가격으로 치고 들어오는 샤오미 등 중국 회사들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노디자인은 지난해부터 국내외 스타트업 10여곳을 대상으로 이 같은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전기자전거 휠을 제작하는 하이코어가 대표적이다. 하이코어의 ‘센티넬 휠’은 바퀴 안에 모터와 배터리를 모두 넣어 바퀴만 갈아 끼우면 전기자전거로 변신하는 제품이다.

이노디자인은 디자인을 포함해 로고와 매뉴얼, 패키지 디자인 등을 뜯어고쳤다. 개발해놓은 자전거 프레임 기술도 이전했다. 상품화에 어려움을 겪던 하이코어는 올 하반기부터 알톤스포츠, 미국 페데고, 대만 퍼시픽 등의 자전거 회사에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노디자인은 세계 1위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인 다쏘시스템 등 외부 기관과 업무협약(MOU)도 잇달아 체결하고 있다. 다쏘시스템은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디자인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전자부품연구원(KETI)과도 우수 업체 발굴을 위해 손잡았다.

김 대표는 “하반기에 서울 역삼동에 오프라인 센터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3차원(3D) 모델링, 디자인 솔루션 등의 교육 과정을 운영해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창구로 활용할 방침이다.

그는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제품들을 내놓기 위한 것”이라며 “1년 안에 우수 창업기업 100곳을 발굴해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성남=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