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객실이용률 급락…관광 위축에 유럽경기 악영향 우려

미국 오하이오주 교외에 있는 리킹 밸리 고등학교는 지난 24일 유럽으로 예정했던 수학여행을 취소했다.

브뤼셀에서 테러가 발생한 지 이틀 뒤에 나온 결정이다.

이 학교는 이미 작년 11월 파리 테러 영향으로 여행지 중 파리를 제외하고 영국을 포함시킨 뒤였다.

전 세계 여행객들이 파리 테러에 연이은 브뤼셀 테러 여파로 유럽을 피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 22일 브뤼셀에서는 공항 및 지하철 연쇄 테러로 최소 35명이 숨지고, 3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앞서 작년 11월 발생한 파리 테러로 유럽이 여행 기피 지역으로 꼽힌 가운데 연이은 테러에 유럽으로 향하는 여행객의 발길이 더욱 줄고 있는 것이다.

숙박정보업체 STR의 예비 조사에 따르면 브뤼셀 일부 호텔의 객실 이용률은 이미 25% 수준으로 급감했다.

해당 호텔의 객실 이용률은 브뤼셀 테러 전에는 82% 수준이었다.

다른 유럽 도시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런던 호텔의 객실 이용률은 테러가 발생한 지 이틀 뒤인 24일 58%까지 떨어졌다.

파리호텔도 67%까지 낮아졌다.

STR은 몇몇 주요 호텔들을 표본 조사한 결과, 런던과 파리의 호텔 객실 이용률은 각각 1년 전보다 24.7%포인트, 15.1%포인트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들에 따르면 유럽 여행 및 숙박업은 유럽 국내총생산(GDP)의 10%가량을 차지한다.

테러 영향으로 여행산업마저 둔화할 것으로 전망돼 유럽의 경기 불황의 늪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올해 유럽으로의 향하는 해외 여행객이 3.5%~4.5%가량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 증가율 5%를 밑도는 수준이다.

영국 여행사인 토머스 쿡도 지난주 올해 여름 자사의 예약률이 작년보다 5%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토머스 쿡의 피터 팽크하우저 최고경영자(CEO)는 "불확실한 지정학적 상황 때문에 일부 고객들이 휴가 예약을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미국 국무부는 브뤼셀 테러를 포함해 유럽에서 발생한 몇 건의 테러 공격 이후 유럽에 추가 테러가 발생할 "잠재적 위험"이 있다며 자국민에게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이 대륙 전체에 여행 경보를 내린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영국은 브뤼셀에 대한 여행 경보를 해제했고, 벨기에는 지난주 테러 경보 수준을 두 번째 단계로 내렸지만, 여행객의 우려는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 함부르크의 중국해외여행연구소(COTRI) 볼프강 알트 이사는 "사람들은 이제 더는 유럽을 안전한 곳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특히 "중국인들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을 따로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인에게 유럽 전체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파리관광회의안내소에 따르면 파리 호텔에 머무는 중국인 관광객의 수는 작년 12월 기준으로 전년보다 3.1% 줄었다.

이는 작년 10개월간 46% 증가한 데서 크게 감소한 것이다.

호텔 컨설팅업체 MKG 호스피탤러티는 올해 1~2월 파리의 객실당 평균 매출이 전년보다 13%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13일 발생한 파리 테러 여파로 프랑스 최대 항공사인 에어프랑스는 예약 취소로 1억2천만 유로 상당의 잠재 수익을 잃었으며, 명품업체 에르메스 인터내셔널은 지난주 파리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 수가 전년보다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영숙 기자 ys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