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글로벌에너지기업이 줄줄이 대규모 감원과 임금 삭감을 단행한 가운데 막상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은 상대적으로 덜 깎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올린 곳도 있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머서에 따르면 BP의 밥 더들리 CEO는 지난해 1960만달러(약 230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전년 대비 오히려 20% 올랐다. 이 회사는 저유가 때문에 지난해 52억달러(약 6조840억원) 손실을 내고, 직원 7000명을 줄일 계획이다.

벤 반 보이르덴 로열더치셸 CEO도 지난해 주가가 30% 떨어지고 3분기에만 74억2000만달러의 손실을 냈는데도 보너스는 350만유로로 전년 대비 80만유로(6%) 올랐다.

CEO 연봉을 깎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린 회사도 있었다. 세계 최대 원유서비스 회사인 슐럼버거NV는 2014년 11월 이후 전체 인원의 25%에 달하는 3만4000여명을 해고했지만 실적 목표치를 낮춰서 팔 킵스가르드 CEO가 전년과 비슷한 1830만달러의 연봉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했다.

지난해 주가가 87% 급락한 린에너지는 지난달 주가가 아니라 현금 흐름에 초점을 맞춰 실적을 평가하도록 인센티브 계획을 조정해 발표했다.

석유회사 CEO의 보너스가 생산량에 좌우되기 때문에 공급 과잉 해소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대형 석유·가스회사들은 보너스의 상당 부분을 석유 생산량과 연계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