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개혁법안 처리 불발에 "아군에 총질 의원들만 잔뜩…"
친박 약화땐 레임덕 우려도
이한구 "유승민 사퇴 기다린다"
지난 19일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의 발언을 보면, 친박계가 왜 당의 분열까지 감수하고서라도 비박계 현역의원 물갈이에 나서고 있는지 읽을 수 있다. 최 의원은 경북 경산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맨날 아군들에게 총질하는 의원만 잔뜩 있으면 뭐 하나”고 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국회의원 숫자만 많으면 뭐 하나. 야당부터 나무라야 하는데 야당에는 일언반구 말도 안 하면서 입만 열었다 하면 여당만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원내대표와 그를 따르는 현역의원들을 비판한 것이다.
최 의원은 “욕을 먹어도 일을 하겠다는 의원들이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현역의원의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 의원의 이런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을 바라보는 시각과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25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를 도와줄 수 있는 여당에서조차 그것 (민생법안)을 관철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박 대통령이 올 들어서도 노동개혁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핵심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여당 의원 가운데서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며 “청와대가 이런 점을 매우 섭섭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친박계 내에서 “박 대통령이 어려울 때 대구·경북 의원들은 뭐했느냐.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도와주기는커녕 뒷다리 걸거나 뒤에서 비아냥거리는 것 말고 한 게 뭐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았던 지난해 2~7월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법안 통과를 줄기차게 주문했지만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는 상당한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 전 원내대표가 지난해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정면 배치되는 발언을 하면서 친박과 유승민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4월 총선은 집권 4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의 분수령이다. 총선에서 ‘진박(眞朴·진실한 친박)’계 세력이 약화되면 박 대통령의 레임 덕(집권 말 권력누수 현상)은 앞당겨질 수 있다. 친박계가 ‘정면승부’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장진모/유승호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