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지도부가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 중반전에 접어들어서도 도널드 트럼프의 단독 질주가 이어지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원의장인 폴 라이언을 대항마로 내세우자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해외 각국에서도 반(反)트럼프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의 존 베이너 전 하원의장은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오는 7월 경쟁전당대회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나는 라이언 하원의장이 후보로 지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쟁전당대회는 경선에서 대의원 과반을 얻는 후보자가 없을 경우 전당대회에서 자유 투표로 후보를 정하는 절차다. 당 지도부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크고,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던 인물도 후보로 가세할 수 있어 트럼프의 후보 확정을 바라지 않는 공화당 주류가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로 여겨진다. 베이너 전 의장은 “경쟁전당대회에선 경선주자 세 명(트럼프, 테드 크루즈, 존 케이식) 중 누구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라이언 의장을 후보로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크루즈와 케이식이 트럼프의 적수가 되지 못하는 데다 본선 경쟁력도 충분하지 않다는 공화당 주류의 고민이 반영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승승장구하고 있는 트럼프는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폭스뉴스 주최로 오는 21일 열릴 예정이던 TV 토론회에 “이미 TV 토론을 충분히 했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케이식 후보도 “트럼프가 나오지 않는다면 참가하지 않겠다”고 맞대응하는 바람에 토론회는 결국 취소됐다. 트럼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경쟁전당대회 가능성과 관련해 “내가 우세함에도 후보로 지명되지 않는다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며 당 주류 측을 겨냥했다.

한편 엘리아스 아유브 멕시코 오라TV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전 세계 시장에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며 “미국이 책임감 있는 대통령을 뽑지 못하게 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고 CNN머니가 보도했다. 아유브 CEO는 멕시코의 ‘통신 거물’인 카를로스 슬림의 사위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EIU도 보고서에서 “트럼프로 인해 무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올해 세계 경제의 10대 위협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