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세 가지 불행
‘헬조선’ ‘수저계급론’ ‘N포세대’ 등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자조적인 신조어는 끊임없는 자기연민과 좌절감으로 힘들어하는 청년상, 팍팍하기만 한 현 사회의 실상을 그럴싸하게 묘사하며 꽤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 있다. 더 이상 ‘아프기만 한 청춘이 당연한 것’이란 다독임으로 치열하고 서러운 청년들의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중국 송나라 성리학의 대표적 학자인 정이는 ‘소년등과(少年登科)’와 ‘석부형제지세(席父兄弟之勢)’ ‘유고재능문장(有高才能文章)’을 인생에서 경계해야 할 세 가지 불행으로 꼽았다. 소년등과는 ‘어린 시절의 너무 빠른 출세는 교만함을 초래해 불행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석부형제지세는 ‘위세가 대단한 부모만을 믿고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고재능문장은 ‘비범한 재주와 문장을 가진 게 자기과신으로 이어져 그 안일함이 결국 불행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세 가지 불행’ 모두 역설적으로 오늘날 소위 말하는 ‘금수저’의 조건이다.

필자는 시골에서 평범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 당시의 여느 집안처럼 필자의 부모 역시 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하고 농업을 잇길 희망했다. 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진학 이후로도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4년 동안 두 가정에서 입주 교사로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어렵게 학업을 끝냈다.

만약 그 당시 내 앞에 주어진 환경과 현실의 어려움에 타협해 학업에 대한 뜻을 접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과는 또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겠지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뚜렷한 목표와 비전을 세우고, 어려움이나 역경이 있어도 이에 굴하지 않고 달성하고자 한 열정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생각한다.

과연 모두가 말하는 행복과 불행은 어느 잣대를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일까. 세상엔 완전한 행복도, 완전한 불행도 없다. 비록 본인이 처한 상황이 오늘날 세상이 말하는 ‘흙수저’라 할지라도, 옥돌을 갈고닦는 절차탁마의 노력으로 인고의 시간을 거듭해 ‘백자수저’로 거듭날 수 있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길 바란다. 젊은이들이여, 용기를 갖고 도전하라.

석위수 < 볼보그룹코리아 사장 wisoo.su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