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도 유머감각은 필수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전할 때 유머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 화려한 언변이나 전문용어를 앞세운 권위가 대신하긴 어렵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가슴에 총을 맞아 쓰러진 순간에도 부인에게 농담을 던졌다. “여보, 총알 피하는 걸 깜빡 잊었어.” 이 한 마디는 부인은 물론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안타깝게도 우리 주변에는 유머를 중요시하는 리더가 많지 않은 듯하다. ‘말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인격적 깊이와 말수는 반비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지위가 높거나 학식이 많을수록 과묵해야 하고, 말 많고 웃기면 가벼운 사람 취급한다.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도 “식사 시간에 말 많이 하지 말라”는 것에서 시작한다.
유머에 대한 거창한 기대도 한몫 거든다. “번뜩이는 재치로 좌중을 휘어 잡는 수준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머감각은 선천적”이라는 편견도 따라 붙는다.
하지만 유머는 삶의 비타민이자 소통의 윤활유다. 긍정적인 생각이 유머를 낳고 웃음을 통해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한다. 상대를 배려해 공감을 얻는 품격 있는 유머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조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끈다. 조금만 관심 갖고 연습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
필자는 “은행원은 보수적이고 재미없다”는 인식이 싫었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부장일 때는 신문에 나온 인터넷 유머를 스크랩해 갖고 다녔다. 지금까지 효과가 쏠쏠하다. 직원들이 “삼촌처럼 친근하다”고 붙여 준 ‘엉클 조’라는 별명은 훈장처럼 소중하다.
지난해 5월 직원 배우자들을 초대한 문화행사가 있었다. 환영 인사를 해야 하는데 은행 얘기만 하면 분위기가 무거워질 게 뻔했다. “세 가지 금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현금, 출금, 지금, 맞죠?” 반응이 좋았다. 진지한 얘기만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 것 같았다.
우리 사회는 리더에게 많은 덕목을 요구한다. 이제 여기에 유머감각을 추가하고 싶다. ‘웃기는 리더’가 결코 ‘우스운 리더’는 아니기 때문이다.
조용병 < 신한은행장 0318cyb@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