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기자 간담회를 통해 “북의 비핵화가 최우선 순위”라며 “북한과의 평화체제에 관한 미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리퍼트 대사는 북이 비핵화를 위한 협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북의 핵·경제 병진정책을 막고,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비용(대가)을 높이면서, 북 도발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한·미 간 대북 전략에 이견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우리 외교부도 한·미 양국의 초점은 대북 제재 결의안 이행이며, 대북 대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UN과 한·미·일 등의 다자간 및 독자적 제재가 시작됐지만 북의 위협과 도발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엊그제는 한·미의 군사훈련에 맞서 서울해방작전, 초정밀기습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협박까지 했다. 지난 10일에는 동해안에 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더욱이 북은 핵탄두 소형화 등 핵 능력을 한 단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북핵 수준을 우습게 보지 말라는 경고가 나오는 정도다. 북의 반발과 위협 수위가 높은 것은 그만큼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에 엄청난 압박을 주고 있다는 방증이지만, 북이 진정 핵을 포기하는 ‘비핵화의 길’ 역시 아직은 먼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 일각에선 일단 북한과 대화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중국의 평화체제 병행 주장에 동조하고, 심지어 한·미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이리저리 비틀어 양국 간에 무슨 심각한 이견이 있는 것처럼 틈을 벌리려는 듯한 의도까지 보인다. 오로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라야만 의미를 갖는다. 정작 북은 핵을 포기할 뜻이 전혀 없는데 무슨 대화를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국제 공조를 흔들고, 돈 주고 평화를 사자는 가짜 평화론의 또 다른 버전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UN의 대북 제재가 실행된 지 이제 고작 열흘 지났을 뿐이다. 대북 제재를 확실히 이행하는 것이 바로 비핵화로 가는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