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현지법 몰라 겪는 어려움 덜어주고 싶었죠"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4300여개나 됩니다. 그런데도 한국어로 된 베트남 노동법 책은 없더군요. 답답한 마음에 시작한 일인데 우리 기업들에 도움이 된다니 뿌듯합니다.”

지난달 3년6개월간의 베트남 근무를 마치고 고용노동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으로 복귀한 최태호 과장(행정고시 42회·사진)은 최근 베트남 노동법령집을 출간했다. 베트남 노동법, 노동조합법, 사회보장법, 고용법, 직업교육법, 노동안전위생법 등 노동 관련 법률과 시행령 등을 망라한 국내 첫 베트남 노동법 완역서로 736쪽에 달한다.

최 과장은 2012년 8월부터 지난달 4일까지 주(駐)베트남 대한민국총영사관 고용노동관(노무관)으로 근무했다. 3년6개월간 최 과장에게 업무시간 외 저녁시간과 주말은 없었다. 귀국 전에 작업을 마치겠다는 생각에 퇴근 뒤엔 베트남 노동법을 끼고 살았다.

일반적으로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다 해외 발령이 나면 ‘좀 쉬었다 오라’는 의미라는 게 관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상당수 공무원이 ‘쉬었다 오는’ 것도 사실이다. 베트남 근무 전에도 고용부에서 ‘일벌레’로 불리던 최 과장에게 책을 낸 이유를 물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업무량이 적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웃음)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4300여곳이나 되는데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들이 체계적인 지식 없이 현지 근로자의 말만 듣고 업무처리를 했다가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시행착오인 거죠. 물론 3~4년씩 근무하다 보면 현지법에 대해 알게 되긴 하지만 담당자가 바뀌면 다시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마침 2012년 6월에 베트남 노동법이 전면 개정됐는데, 누군가는 정리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최 과장이 베트남 노동법 관련 번역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1월에는 베트남 노동법 이론과 실제(760쪽)라는 해설서를 냈다.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이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상황 대처법을 다룬 가이드북이다.

베트남 노동법은 한국 노동법을 상당 부분 벤치마킹했다는 것이 최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베트남 노동법에도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사회주의 국가라 베트남 노동법은 질병휴가 시 사회보험으로 소득을 보전해주는 등 근로자 보호 성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는 저(低)성과자 해고(일반해고) 규정은 베트남 노동법에 ‘근로자가 자주 근로계약에 따른 직무를 완성하지 못하면 사용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정부지침 수준이 아니라 법제화돼 있는 것이죠.”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