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왼쪽)은 지난달 2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있는 사빅 본사에서 유세프 알벤얀 사빅 부회장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품을 교환했다. SK네트웍스 제공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왼쪽)은 지난달 2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있는 사빅 본사에서 유세프 알벤얀 사빅 부회장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품을 교환했다. SK네트웍스 제공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이 최근 열흘 동안 총 2만5000여㎞ 거리의 해외 출장을 소화하며 침체한 회사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SK네트웍스는 중국 시장 부진, 자원 개발 사업 손실 누적 등으로 지난 수년간 실적 부진을 겪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문 사장이 조직원에게 패기를 불어넣기 위해 핵심 전략 지역인 중동과 유럽의 현장 챙기기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섯 나라 돌며 ‘발품 영업’

5개국 발로 뛴 문종훈…"강한 SK네트웍스 되자"
문 사장이 열흘 일정의 출장길에 오른 것은 지난달 23일이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 전시회인 월드모바일콩그레스(MWC)가 첫 번째 목적지였다.

SK네트웍스는 상사, 정보통신, 카라이프, 에너지마케팅, 패션, 기타 등 6개 사업부로 나뉘어 있다. MWC는 이 중 정보통신, 카라이프 분야 등의 미래 먹거리가 무엇인지를 점쳐볼 수 있는 전시회다.

문 사장은 현장에서 임직원에게 “SK네트웍스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장기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첨단 기술을 활용해 카라이프 부문과 정보통신 부문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주문했다.

이어 방문한 독일에선 상사 부문에서 현지 기업과의 협력 증진 노력을 펼쳤다. 독일 철강 거래 전문회사 클로크너를 찾아 경영진과 유럽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유럽 일정을 마친 그는 중동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세계 2위의 종합화학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사빅과 작년에 맺은 10억달러 규모의 원료 공급 계약 이행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문 사장은 유세프 알벤얀 사빅 부회장을 만나 양사 간 전략적 제휴관계를 강화하고, 사업 지역을 확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란과 두바이 시장도 점검했다.

◆최신원 SKC 회장도 측면 지원

문 사장은 이번 출장에서 최근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 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지난달 29일 ‘한국·이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이란 측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이란 현지 시장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듣고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1984년 테헤란지사를 설립해 이란 사업에 첫발을 들인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이란에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5억3000만달러어치의 제품을 수출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의 대(對)이란 전체 수출액의 14%에 달한다.

지난달 SK네트웍스 사내이사로 내정된 최신원 SKC 회장과의 협업도 이뤄졌다. 문 사장은 최 회장과 함께 이란 최대 완성차 제조업체인 이란 코드로의 최고 경영진 등과 만나 카라이프 부문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오는 18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SK네트웍스 대표이사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분위기 반전 성공할까

SK네트웍스는 최근 수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매출은 20조3553억원으로, 전년 동기(22조4081억원)보다 9.1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930억원을 나타내 전년(2013억원)보다 4.12% 줄었다.

작년엔 신세계와 두산그룹에 밀려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운영하던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하는 악재도 겪었다. 이에 따라 조직 분위기가 많이 침체해 있다.

문 사장이 올해 초부터 해외 현장 강행군에 나선 건 이 같은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서다. 문 사장은 지난달 전 임원 등 150여명과 1박2일간 워크숍을 하고 ‘강한 기업문화 만들기’를 강조하기도 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