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 콜럼버스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세계 최대 정보통신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열리는 것은 운명적이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담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한계를 넘어선 누군가에겐 위대한 기회를, 누군가에겐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람블라스거리에 서 있는 콜럼버스 동상은 모험과 개척을 웅변한다. 콜럼버스와 탐험가들은 유럽이 지중해의 역사에서 벗어나 신대륙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세계 각국에서 10만여명의 전문가들이 몰려와 탐색전을 벌이고 합종연횡의 딜을 하는 까닭이다.

MWC는 1987년 프랑스 휴양도시 칸에서 처음 열렸다. 규모가 커지자 2006년부터 축구와 올림픽으로 잘 알려진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옮겼다. 10만여명이 한꺼번에 몰려도 수용이 가능한 도시 인프라를 갖춘 곳이다. 정보통신산업은 바르셀로나 MWC에서 3세대 이동통신(3G·CDMA), 4세대 이동통신(4G·LTE)의 꽃을 피웠다. MWC 2016은 4G보다 최고 1000배 빠른 5G와 가상현실(VR)에 도전장을 던졌다.

애플로부터의 탈출

‘선도자’를 자처하는 애플은 다중전시회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MWC 속도경쟁의 과실을 발 빠르게 챙겼다. 무선통신 속도가 빨라지는 변화를 간파해 2007년 휴대폰에 인터넷을 묶고 스마트폰을 내놨다. 페이스북, 유튜브는 4G 덕분에 금세기 최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성공신화를 썼다.

삼성 갤럭시S7과 LG G5는 5G와 VR시대를 선도할 혁신 제품으로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스마트폰을 허브로 삼아 360도 카메라와 캠코더, VR기기, 오디오 등을 연결하는 ‘외부 확장방식’을 택했다. 5G시대가 열리면 엄청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는다. MP3, 카메라 등 많은 기능을 한 기계에 몰아넣고도 깔끔한 디자인을 강점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아온 ‘아이폰 기준’에서 벗어나려는 첫 시도다. ‘애플로부터의 탈출’이다. 조준호 LG전자 사장은 “용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최강자 애플에 밀리고 화웨이 샤오미에 세계 시장의 3분의 1에 달하는 중국 시장을 불과 1년 새 내준 삼성, LG로서는 달리 선택지가 있을 수 없다.

360도 카메라 VR기기 대중화

MWC 2016은 5G와 VR의 결합이 만들어 낼 신(新)플랫폼의 출현을 예고했다. 360도 카메라와 캠코더, VR기기가 대중화의 길로 들어섰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360도 카메라를 VR기기에 연결하면 촬영자의 시각이 아닌 사용자 관점에서 360도 영상을 현실처럼 볼 수 있다. 인공지능(AI)이 맞물리면 사람이 상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영역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성역(聖域) 침범이 될 수도 있다. SK텔레콤이 선보인 1인 방송용 멀티채널네트워크(MCN)플랫폼도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어디서든 생중계 방송을 할 수 있다. 신미디어의 등장이 잇따를 듯하다. 집안과 사무실 구석구석을 스마트폰과 연계해 관찰할 수 있는 ‘롤링봇’은 무인경비, 폐쇄회로TV(CCTV)업계를 위험에 빠뜨릴지도 모른다.

MWC 2016은 하드웨어, 콘텐츠, 플랫폼의 대변혁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판을 누가 바꿀 것인가. 답은 현장에 있다. 한국경제신문 미래혁신태스크포스가 지난해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 이어 MWC를 찾은 이유다.

유근석 편집국 부국장 y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