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마른수건 쥐어짜긴 한계…필요한 곳에 돈쓰자" 만성적자 10개 병원 흑자 '눈앞'
“적자가 난다고 비용 절감만 하는 마른수건 쥐어짜기로는 한계가 있지요. 그럴 때일수록 오히려 돈을 써야 할 곳에 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이 병원 정상화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사진)은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10개 소속 병원을 취임 2년 만에 흑자기조로 돌려놓은 비결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2013년 10월 취임 당시 의료사업은 225억원의 적자를 낸 상태였지만 이 이사장의 ‘뚝심’은 불과 2년 만에 흑자를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경영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 2014년 정부고객만족도 조사에서 2004년 조사 이래 최고치인 92.2점을 얻었다. 10개 직영 병원의 적자 규모는 2014년 48억원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에도 불구하고 수지 균형을 이룰 정도로 도약했다. 조직 내 부정·부패를 해소해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부패방지시책 평가에서 2년 연속 최우수 기관(1등급)으로 인정받았다.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노력으로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고용보험에 가입한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수가 11만5000개(8.3%) 이상 늘어났다.

이 이사장은 올해도 깨끗하고 강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일 잘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근로자 복지 전담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21주년을 맞아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에게 적정한 치료와 보상을 하고,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재활을 지원하는 산재보험사업을 강도 높게 운영할 방침이다.

그는 “산재보험 50년의 역사 속에서 공단 20주년은 산업구조 다변화 등 사회 변화에 부응한 산재보험 적용확대,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다양한 근로복지사업 전개 등 사회·경제적으로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취임 3주년을 맞아 초심으로 돌아가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조직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역량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 이사장은 “공단 임직원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객이 중심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 공단이 ‘일하는 사람이 믿고 의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보장 서비스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재해와 관련해서는 장애 판정 권역별 통합심사제를 실시하고, 장애진단제도 개선을 통해 산재근로자 장애 판정의 공정성을 제고해나갈 방침이다. 또 재해조사 전문성 제고를 위한 사내자격인증제를 운영하고, 재해조사 업무 지원을 위한 인프라를 강화해 업무상 질병 판정의 전문성을 높일 계획이다.

출퇴근 재해를 산재로 인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는 “현재 새누리당 입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고, 구체적 실행 방안에 대해 노·사·정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이런 논의와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산재보험법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고용노동부와 함께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해 4월부터 출퇴근 재해 제도개선 업무를 담당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출퇴근 재해 도입 공감대 형성을 위한 대국민 홍보, 제도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조직설계, 소요재원에 대비한 기금운용 계획 수립, 예산 및 인력확보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 이사장은 또 “2020년까지 산재근로자의 직업 복귀 비율을 75%로 높이기 위해 애쓰고 신용카드 모집인, 대출 모집인,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형태 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 확대, 보험 사각지대 제로 실현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이 이사장의 새로운 시도도 주목받고 있다.

이 이사장은 “30명 이하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 누적 가입자가 18만7000명, 적립금은 8600억원 수준”이라면서 “맞춤형 서비스로 국민들이 믿고 노후를 맡길 수 있는 대표 기관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