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자체 변이를 거듭하며 독감은 올겨울에도 어김없이 한반도를 찾았다. 지난주 기준 독감 의심 환자는 의료기관 외래환자 1000명 중 53.8명이었다. 유행 기준(11.3명)의 4.8배 수준이다. 독감은 누구나 걸리는 쉽고 흔한 질환이다. 그만큼 잘못된 정보도 많다. 독감의 종류와 예방, 치료에 관한 오해와 진실 등을 알아봤다.
독감, 4월까지 유행할 듯…어린이·노약자 지금이라도 백신 맞아야
5000만명 생명 앗아간 ‘스페인 독감’

독감(인플루엔자 감염병)이 처음 대유행한 것으로 기록된 건 1918년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독감은 세계로 퍼져 약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환자가 처음 발생했지만 보도되지 않았다. 상당수 나라가 1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립국이었던 스페인 언론이 처음 보도했고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반도도 비켜가지 않았다. ‘무오년 독감’으로 명명된 독감으로 14만명이 사망했다.

독감, 4월까지 유행할 듯…어린이·노약자 지금이라도 백신 맞아야
독감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1931년 전자현미경이 개발된 뒤 가능해졌다. 1933년 인류는 ‘스페인 독감’ 병원체를 처음 채취했다. 1940년 또 다른 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두 바이러스를 구별하기 위해 1933년 발견된 것은 A형, 1940년 발견된 것은 B형으로 구분했다. 1949년 또 다른 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C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A형 독감 바이러스는 H형 항원 16종류와 N형 항원 9종류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스페인 독감은 H1N1형이었다. 1968~1969년 100만명의 사망자를 낸 홍콩 독감은 H3N2형이었다. B형은 야마가타, 빅토리아 등으로 바이러스 종류가 많지 않다.

독감, 4월까지 유행할 듯…어린이·노약자 지금이라도 백신 맞아야
올해 독감 백신, 유행 바이러스 예방

독감 백신은 접종 2주 뒤 효과가 나타난다. 백신이 몸속에 들어가 바이러스와 싸울 항체를 만들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금 독감 백신을 맞으면 봄철 독감에 대비하는 것이 가능하다. 올해 독감은 오는 4월까지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월 중순 정점을 보인 독감 환자 수는 점차 줄어들다가 3월 신학기를 맞아 다시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지금이라도 백신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낫다. 독감 백신의 효과는 6개월 정도다. 매년 새로 맞아야 한다.

독감 백신을 맞아도 독감에 걸릴 확률은 30% 정도다. 노약자나 만성질환자는 예방 효과가 더 떨어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년도에 마지막으로 유행한 독감 균주를 토대로 이듬해 예방해야 하는 바이러스 유형을 발표한다. 종종 예측이 틀리기도 한다. 이때는 독감 백신 예방률이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독감 백신은 맞을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올해는 예측이 틀릴 가능성이 낮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북반구에서 독감 백신 제조에 사용한 바이러스주와 실제 유행하는 바이러스주가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올해는 두 개의 A형(H1N1pdm09/캘리포니아, H3N2/스위스)과 B형(야마가타형) 감염자가 많다”며 “모두 3가 백신에 포함된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환자가 가장 많은 A형(H1N1pdm09/캘리포니아)은 2009년 홍콩 등에서 유행하며 신종플루라는 이름이 붙은 바이러스다. 바이러스 네 종류를 예방할 수 있는 4가 백신은 여기에 B형(빅토리아형) 하나를 추가로 예방할 수 있다.

유병욱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2~5월 B형 바이러스가 주로 유행한다”며 “B형 바이러스 두 종류를 모두 예방할 수 있는 4가 독감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손 씻기 통해 예방 가능

독감 바이러스는 강한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 스테인리스나 플라스틱 같은 딱딱한 표면에서도 48시간까지 살 수 있다. 독감 환자 손에 있던 바이러스는 엘리베이터 버튼, 문 손잡이나 악수 등의 접촉을 통해 6명까지 연속해 전파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손 씻기는 독감 전파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손에 묻은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비누나 손세정제를 활용해 손 구석까지 씻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손바닥이나 손등 정도만 씻지만 손가락, 손가락 사이, 손톱 밑에도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수 있다.

박준동 대한소아응급의학회 회장(서울대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은 “손 씻기는 독감 바이러스를 포함한 호흡기 질환을 21%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비누나 항균 손 세정제를 활용해 손을 잘 씻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으로 얼굴을 만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손에 있던 바이러스가 입이나 코 등의 호흡기 점막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실험 결과 성인은 시간당 3.6회 얼굴을 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4개월 미만 영아는 81회, 24개월 이후의 유아는 48회 입에 손을 댔다.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들어오도록 스스로 돕는 셈이다.

항바이러스제 효과 있어

독감에 걸리면 고열 기침 콧물 인후통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감기약을 먹기도 하지만 치료 효과는 없다. 감기와 독감은 다른 질환이기 때문이다. 감기약은 증상을 줄이는 역할만 한다.

그렇다고 치료 약이 없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심하면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할 수 있다.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으면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번 복용해야 한다. 5일 동안 꾸준히 먹어야 한다. 중간에 증상이 나아졌다고 복용을 멈추면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수시로 따뜻한 물을 마셔야 한다. 열이 완전히 내릴 때까지는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도록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독감에 걸렸을 때 ‘쌍화탕’을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한진우 인산한의원 원장은 “쌍화탕이 한방 감기약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대표적인 오해”라며 “쌍화탕은 독감보다는 과로 후 피로 회복에 더 맞는 처방”이라고 말했다. 한의학에서는 3세기 중국 한(漢)나라에서 저술된 《상한론(傷寒論)》을 토대로 독감 처방을 한다. 면역력을 높여 원인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예방법으로 삼는다. 치료를 위한 처방은 환자 상태에 따라 수십 개가 넘는다.

도움말=유병욱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준동 대한소아응급의학회 회장, 한진우 인산한의원 원장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