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다음 달에 사실상 배수진에 가까운 위기진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추가 돈 풀기에 나서고 미국이 금리인상 시기를 늦추는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의 이런 대책들이 위기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만약 이런 정책들이 효과를 보지 못하면 글로벌 경제위기의 불길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경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 해외IB, "韓 금리인하 시기 앞당길 것"
17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들 사이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예상보다 앞당기고, 인하폭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한은이 전날 2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1.5%로 8개월째 동결하자 노무라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앞당겨 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의 권영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월로 예상했던 금리인하 시점을 3월로 앞당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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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는 한은이 3월에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경제성장을 지원하는데 충분치 않은 것으로 판명돼 10월에 또 한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그룹의 장재철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성장경로에 난관이 있고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한은 금통위내에 있었다"면서 "한은이 3월 금리를 내려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씨티그룹은 한은이 2분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 밖에 SEB와 바클레이즈, ANZ은행그룹, BNP파리바 등이 한은이 3월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한은이 2분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성장에 하방위험이 있고, 저유가로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2%를 크게 밑도는데다 일본은행이 깜짝 완화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권구훈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만약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늦춘다면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다만, 4월 13일 총선이 있는데다, 금통위원 7명 중 4명이 바뀔 예정이어서 시기는 2분기가 될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설명했다.

블룸버그가 전망치를 집계한 애널리스트 23명 중 10명은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고, 10명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3명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 "국제금융시장 위기악화 우려…韓 운신의 폭 좁아질 것"
경제전문가들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다음달에 추가 금융완화에 나서더라도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경제동향실장은 "유럽과 일본 등이 추가 완화에 나선다는 것은 해당국의 경기와 세계 경기가 예상보다 안 좋다는 뜻"이라며 "지금처럼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할 때에는 통화완화정책이 실물경제를 살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가 금융완화로 국제금융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고, 이 경우 기축통화를 보유한 국가와 달리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진다"면서 "이 와중에 원화 약세가 지속될 수 있지만, 변동성이 클 경우 수출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통화가치 하락 상태가 안정적으로 3개월 이상은 지속돼야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은 "주요국들이 추가 금융완화에 나서더라도 다시 한번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괴리가 발생할 뿐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취약한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아무런 변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지정학적 위험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국에서 풀린 돈이 한국으로는 유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주요국이 3월에 추가완화를 한 상태에서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지표가 악화될 경우 한은이 2분기에 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