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갖춘 코닥이 망한 이유는 디지털 발전을 과소평가했기 때문
영어로 ‘코닥 모먼트(Kodak Moment)’는 잊을 수 없는 찰나를 뜻한다. 필름 카메라 전성기 시절, 회사 이름 자체가 ‘필름’이란 제품명으로 통용됐던 코닥은 이렇게 회사 브랜드 이름이 들어간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하지만 코닥은 2012년 파산 신청을 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코닥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주력인 필름사업을 무너뜨린 디지털 카메라를 1975년 세계 최초로 개발할 정도로 막강한 첨단기술을 보유했던 기업이다.

그랬던 코닥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실패한 것일까. 물론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 판도의 구조적 변화를 과소평가하고 새로운 경쟁자들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산업 간 경계는 이제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동종 기업만 주시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동종업계만을 분석하는 이른바 ‘벤치마크 방식’은 새롭게 떠오르는 위험 요소를 간과하기 쉽다. 경쟁 환경을 좁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매년 비슷한 주요 기업만 추려내 비교함으로써 같은 결론을 도출하는 일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결론을 믿고 만족해 하는 동안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해 순식간에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한마디로 경쟁자의 범위를 넓게 정하고 지속적으로 경계하지 않으면 기업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

애플의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가 스위스 시계 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2015년 3분기 스위스 시계 수출은 2009년 이래 최악의 하락세를 보였다. 분기 수출이 8.5% 감소한 것이다.

스위스 시계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변화에 나서고 있다. 태그호이어는 구글 및 인텔과 협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태그호이어가 기계식 메커니즘을 맡고 인텔은 프로세서, 구글은 소프트웨어를 각각 담당하는 협업 모델을 구축했다. 스와치 브라이틀링 몬데인 등은 스마트워치를 출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와 테슬라의 전기자동차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해 기존 자동차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코닥은 이제 회생절차를 끝내고 재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축적한 많은 지식재산을 활용해 디지털프린팅 등의 신규 사업을 전개하면서 혁신기술 기업으로의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와 기술 변화에 대한 끊임 없는 탐색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자 새로운 성공 기회를 제공하는 열쇠다.

박종민 선임연구원< 딜로이트안진 산업연구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