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불쑥 나온 '박원순표 경제민주화'
“지속적인 소득 양극화로 인해 균형적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이 저해되고 있으며 불공정 관행과 경제적 강자의 횡포, 열악한 노동여건이 만연해 있습니다.” 서울시가 11일 비정규직과 임차인, 전통시장 등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경제민주화 선언’을 내놓으면서 밝힌 추진 배경이다.

본지 2월5일자 A8면 참조

서울시는 이날 경제계, 상인단체, 시민단체 등 14개 기관이 모인 가운데 ‘경제민주화 특별시’ 선언식을 열었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축사를 하고,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강연을 했다.

시가 마련한 경제민주화 선언에는 총 16개 실천과제가 담겼다. 시는 당초 10개 과제를 준비했으나 일부 과제를 세분화해 16개로 늘렸다. △골목상권 보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불공정 거래관행 근절 △공정한 임대제도 정착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임차인, 금융소외계층, 근로자를 보호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박원순 시장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경제민주화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서울시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우선 신규 대형마트 입점 시 골목상권과의 상생 방안을 내놓아야만 건축 허가를 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영업을 일정 기간 늦추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또 기존 최저임금보다 20~30%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생활임금제도를 민간 기업에도 적극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등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다만 서울시가 경제민주화 추진 배경으로 밝힌 것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또는 고용주와 근로자를 각각 경제적 강자와 약자라는 이분법식 구도로 보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겉으로는 상생을 내세웠지만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가 이번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는 것이 시 안팎의 설명이다. 박 시장도 “(서울시 경제민주화는)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하늘이 무너질 일들”이라고 스스로 언급한 바 있다.

시는 경제민주화 선언이 법적인 강제수단이 아니라 민간 기업에 권고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기업에 대한 인허가 및 주요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시다. 권고가 민간 기업에 대한 강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제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서울시의 이날 행사 참석 요청을 거부했다.

경제민주화 과제를 발표한 시점도 논란거리다. 시는 “경제민주화 선언은 내부적으로 2014년 초부터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지만 총선을 눈앞에 둔 시기에 내놨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 화두 선점을 위한 것 아니냐”는 등의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