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대학교수들 초청 난상토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둘러싼 통신업계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SK텔레콤과 경쟁사들이 각각 추천한 4명씩의 대학 교수들은 자신들이 옹호하는 기업을 대변해 한 치 양보없이 맞섰다.

통신 분야의 첫 번째 쟁점은 경쟁 제한성이었다.

반(反) SK텔레콤 진영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합병하면 방송·통신 시장의 독과점이 심해져 공정 경쟁이 저해될 것으로 지적했다.

김종민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케이블TV 1위 사업자가 손을 잡으면 시장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며 "정부의 시장 정책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SK텔레콤의 무선 지배력이 유선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진영은 이런 우려가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초고속 인터넷 시장 점유율이나 매출은 KT가 압도적인 1위로 시장도 안정돼 있다"며 "결합상품을 통한 무선 지배력 전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쟁점은 요금, 이용자 보호,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SK텔레콤 측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으로 요금이 내리고 이용자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사 측은 반대로 요금이 오르고 이용자 선택권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수·합병으로 가격이 오른다면 경쟁사가 이렇게 강하게 반발할 이유가 없다"며 "더구나 가격 인하 가능성 때문에 합병을 막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금이 오를 것 같으면 합병 법인에 요금을 올리지 못하도록 조건만 부과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호영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가격을 올리면 법으로 규제할 수 있지만 실제 적용 사례가 거의 없다"며 "요금은 사전 규제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오후에 이어진 방송 분야 토론에서는 방송 산업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 방송의 공익성·공공성 및 시청자에 미치는 영향 등 두 가지 주제 놓고 정반대의 의견이 개진됐다.

합병을 찬성하는 진영에서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파상공세 속에서 국내 미디어·플랫폼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위기에 처한 케이블 산업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의 인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곽규태 호남대 문화산업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쟁 환경을 감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번 인수·합병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 이미 유튜브 등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이 상당한데,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체질 개선을 해 세계방송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인수·합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이번 인수·합병은 유료방송 시장을 재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위기의 케이블 산업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딜을 일단 진행하면서 추후 적정한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합병에 반대하는 교수들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수평적 결합이라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고, 방송이 가진 공적 기능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 당국의 꼼꼼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IPTV나 케이블TV는 사실상 같은 서비스인데, SK텔레콤이 중복된 서비스를 가져온다고 해서 글로벌 경쟁력이 얼마나 높아질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박민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기업 결합이 승인되면 SK텔레콤의 결합 상품으로 소비자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 수평 결합 자체 만으로도 지배력이 높아지는 데, 거기에 더해 결합상품으로 인한 지배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과 교수는 "성급한 판단은 두고두고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만큼 이번 인수합병으로 불거질 다양한 문제점을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통신업계가 그동안 수차례 반복한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정부 주최로 대학 교수들이 이론을 앞세워 정면 대결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 쟁점을 총망라해 난상토론을 하다보니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며 "정부가 다양한 입장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 서로 한 치 양보도 없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오는 15일까지 통신업계 안팎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 찬반 양측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주장과 반박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래부는 이달 말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는 2차 공청회를 연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