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 추월…브랜드숍서도 아모레 '질주'
중저가 화장품을 주로 판매하는 이른바 ‘브랜드숍’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가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매출 5921억원, 영업이익 125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30%, 64% 늘었다고 2일 밝혔다. 원래 브랜드숍 시장 1위였던 더페이스샵은 지난해 매출이 6291억원으로 3.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98억원으로 13.3% 줄었다.

이니스프리 실적에는 중국 공장 생산분 등 일부 해외 매출이 빠진 반면 더페이스샵 실적에는 보브, 후르츠&패션 등 자회사 실적이 연결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니스프리가 더페이스샵의 규모를 추월했다는 게 화장품업계의 설명이다.

브랜드숍 시장에서는 2000년대엔 에이블씨엔씨의 ‘미샤’, 2010년대 들어선 더페이스샵이 1위를 지켜왔다. 이니스프리는 2010년만 해도 미샤, 더페이스샵, 에뛰드, 스킨푸드 등에 이어 6위였지만 5년 새 7배 넘게 급성장했다. ‘제주산 원료를 사용한 한국풍 자연주의 화장품’이라는 콘셉트가 국내 젊은 층과 해외 관광객에게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해외 매장만 113개 늘어 234개에 달하는 등 아모레퍼시픽의 ‘차세대 글로벌 브랜드’로 꼽히고 있다.

이니스프리 측은 “인기 상품인 그린티 씨드세럼, 한란크림, 화산송이 팩, 쿠션 등과 제주 탄산 라인, 진저 오일 세럼 등 신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온라인과 면세 매출 비중이 커져 수익성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화장품사업 전반의 고성장에 힘입어 아모레퍼시픽그룹 연 매출은 5조원을 돌파했다. 이날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연결 매출이 전년 대비 20.1% 늘어난 5조6612억원, 영업이익은 38.6% 증가한 913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한방 화장품 ‘설화수’ 매출, 면세점 매출, 해외사업 매출이 동시에 처음 1조원을 돌파해 ‘트리플 1조원’ 달성의 신기록도 썼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