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자기야'·'스타킹' 등 장수…'힐링캠프'·'세바퀴'는 폐지
"소재 발굴·발빠른 변화 중요"…예능계 "시즌제 제작해 브랜드 유지 필요"


"솔직히 장수 비결을 물으시면 뾰족한 답은 없어요.그저 시청자가 꾸준히 사랑해주신 덕분인거죠. 어떤 프로그램인들 전략을 안 세울까요.하지만 계획대로, 예상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잖아요.그러니 살아남을 때마다 감사한 거고 계속 죽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뿐이죠."

오는 31일 방송 700회를 맞는 MBC TV 미스터리 예능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김진호 PD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장수를 했으니 '비결'을 물었으나 우문이었다.
"장수 비결요? 사실 며느리도 몰라요"…살아남은 예능들
예능 프로그램 장수의 비결은 사실 며느리도 모른다는 말이 맞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다가도 풍선에서 바람 빠져나가듯 시청률이 하락하다가 하루아침에 폐지 통보를 받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개편 때마다 살아남아 생명 연장에 성공하고 있으면 "시청자의 사랑 덕분"이라고 말할 수밖에.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700회를 자축하는 바로 다음날(2월1일)에는 SBS TV '힐링캠프'가 마지막 방송을 내보낸다.

2011년 7월 첫선을 보인 후 한때 18.7%까지 올랐던 시청률이 최근 2.6%까지 내려앉으면서 5년 만에 폐지되는 것이다.

지상파 3사에서 살아남은 장수 예능의 면면과 명암을 살펴봤다.

◇ 시청률·광고 좋아야…공영성·한류 목적으로 생존도
대표적인 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KBS 1TV '전국노래자랑'과 '가요무대'가 있다.

이 두 프로그램은 광고가 붙지 않는 1TV에서 방송되기 때문에 시청률이 유일한 평가 지표인데, 타깃층이 50대 이상이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노래 프로그램이라 비교적 안정적으로 시청률이 유지되고 있다.

일요일 낮 12시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전국노래자랑'은 1980년 11월9일 시작해 올해로 방송 36년째를 맞는다.

지난 24일 시청률이 15.6%로, 동시간대 경쟁 프로보다 2배이상 높은 성적이다.

월요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가요무대'는 1985년 11월18일 첫 방송을 했으니 방송 31년째다.

지난 25일 시청률이 13.9%로, 3사 월화극과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이날 15%를 기록한 SBS TV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동시간 2위의 성적이다.

1993년 5월9일 시작한 '열린음악회'도 KBS 1TV 또다른 장수 예능 프로그램이다.

방송 3사의 치열한 주말 예능 경쟁이 펼쳐지는 일요일 오후 6시에 편성돼 시청률 경쟁력은 별로다.

지난 24일 시청률이 4.5%. 하지만 찾아가는 공연 프로그램으로서 KBS의 공영성을 상징해 23년째 생존해 있다.

MBC TV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2002년 4월7일 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14년째 일요일 오전 10시대 시청률 1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광고도 완판을 이어왔다.

김진호 PD는 "시청 타깃이 구매력이 있는 30~50대라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

광고는 완판 행진을 이어오다 최근 경기가 나빠지면서 조금 빠지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SBS TV '자기야 - 백년손님'은 지난 2009년 6월19일 '스타부부쇼 자기야'로 시작해 작년 10월 방송 300회를 맞았다.

이 프로그램은 목요일 밤 11시대 시청률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 각사를 대표하는 MBC TV '무한도전'과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KBS 2TV '해피투게더'와 '해피선데이 - 1박2일', SBS TV '런닝맨'과 '스타킹' 등이 있다.

'무한도전'은 2005년 4월23일 '강력추천 토요일' 속 코너 '무모한 도전'으로 출발해 '무리한 도전' '무한도전-퀴즈의 달인'을 거쳐, 2006년 5월6일부터 단독 프로그램을 편성됐다.

광고 시장이 얼어붙어도, 시청률 부침이 있어도 광고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한국 방송예능계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는 2007년 5월30일, '해피투게더'는 2001년 11월8일, '해피선데이- 1박2일'은 2007년 8월5일, '스타킹'은 2007년 1월13일, '런닝맨'은 2010년 7월11일부터 각각 방송돼 왔다.

여기에 SBS '인기가요'는 2000년 2월1일부터, KBS '뮤직뱅크'는 1988년 6월16일부터, MBC '쇼! 음악중심'은 2005년 10월29일 각각 첫선을 보인 이래 지금껏 방송되고 있다.

이들 세 프로그램 모두 현재 시청률은 1~2%로 바닥 수준이고, 광고 판매도 신통치 않지만 K팝을 전파한다는 목적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

◇ 찬란한 전성기 찍었어도 폐지될 때는 초라하게 퇴장
드라마는 인기를 얻을 경우 대개 절정의 지점에서 박수 받으며 종영한다.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은 '단물이 다 빠진 후'에 초라하게 퇴장하는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힐링캠프'를 비롯해 작년 11월6일 폐지된 MBC TV '세바퀴'가 그러하다.

'세바퀴'는 2009년 4월4일 시작한 이래 금요일 밤 최고의 입담을 뽐내며 인기를 누렸지만, 시청률이 한번 집을 나간 후에는 좀처럼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MC를 여러차례 바꾸고, 포맷도 변경을 해봤지만 심폐소생에 실패하면서 결국 7년 역사를 뒤로 해야했다.

'스타킹'은 기사회생했다.

시청률 하락 끝에 작년 8월 방송이 중단돼 폐지되는가 했더니 석달여 만에 재단장해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는 토요일에서 화요일로 편성이 옮겨지며 '주말 프로그램'의 지위를 상실했다.

'해피투게더'도 하락세다.

'쟁반노래방' '사우나토크' 등으로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추락하는 시청률에는 날개가 없다.

작년 10월8일 7년만에 MC와 포맷을 바꾸며 새단장을 했지만 시청률은 5%대다.

지금은 700회로 축하받지만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도 14년간 버티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1~2년 주기로 '이번에는 문 닫을 때가 되지 않았냐'는 논의가 반복됐다.

제작비도 스튜디오 MC를 없애는 과정 등을 거치면서 처음보다 줄었다.

김진호 PD는 "어느 순간 프로그램이 식상해졌다고 느껴지면 발빠르게 대처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 "예능프로 시즌제로 제작해 생산성 높여야"
방송가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쇼나 코미디가 아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경우는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시즌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BS에서 '1박2일'로 히트를 친 뒤 이직해 tvN에서 '꽃보다 할배'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등을 통해 예능 시즌제를 정착시킨 나영석 PD는 지난달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한국 예능은 '물 빠질 때까지' 하다가 망해야 비로소 끝난다.

무조건 방송을 이어가는 건 근시안적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능은 아무리 영광스러운 시절이 있었어도 방송이 끝나면, 망한 프로그램의 PD가 된다.

몸바친 예능인들도 쓸쓸히 퇴장한다"며 "또 한 프로그램만 계속 찍다 보면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조달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역시 작년 11월 서울대 강연에서 "'무한도전'이 토요일 저녁에 할 수 있는 이야기는 2009년까지 웬만한 건 다 했다"며 "(여러 실험과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무한도전'이 시즌제가 되는 게 제일 좋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SBS 예능국 남승용 국장은 "미디어 생태계가 변화했기 때문에 이제 우리나라에도 예능 시즌제가 정착돼야한다"고 말했다.

남 국장은 "지금 한국 예능은 제작진이 녹다운되고 아이템이 완전히 고갈될 때까지 방송된다.

시청자도, 제작진도 넌더리가 날 때까지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그럴게 아니라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시즌제를 통해 더 생산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