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경찰팀 리포트] 불륜 포착에서 산업스파이 조사까지…흥신소의 진화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갈수록 커지는 민간조사 시장

    과거 가정사건 위주로 담당…최근엔 지식재산권 사건 늘어
    "시장 확대로 미국·일본 업체도 활동…간통죄 폐지 후 남성 의뢰 20%↑"
    29일 서울 종로의 한 민간조사업체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현장에 나간 조사원과 통화하며 동선 등을 논의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29일 서울 종로의 한 민간조사업체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현장에 나간 조사원과 통화하며 동선 등을 논의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지난 28일 오전 7시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 “흰색 싼타페가 아마 여기쯤 있을 텐데….” 5분째 차량의 핸들을 부지런히 돌리며 지하주차장을 살피던 최모 팀장(36)이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흔히 흥신소로 불리는 민간조사(사설탐정) 일을 10년째 해온 최 팀장이지만 목표물인 김모씨의 차량이 보이지 않자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마침내 김씨의 차량을 발견한 최 팀장은 조수석 뒤편 좌석으로 몸을 옮기더니 캠코더를 꺼내들었다. “놓치는 한이 있어도 노출되면 끝장이기 때문에 이렇게 뒤쪽에서 찍죠.” 이윽고 등장한 김씨가 자신의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캠코더에 담겼다. 김씨의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가자 최 팀장도 간격을 두고 따라붙기 시작했다. 도로에선 의심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중간에 다른 차량 한두 대를 사이에 끼고 쫓아갔다.

    민간조사업의 활동영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흥신소 업무는 배우자의 외도 정황 포착 등 주로 가정사건 위주였다. 하지만 최근엔 각종 법적 분쟁에 필요한 증거 수집은 물론 기업 간 기술유출, 산업스파이 등 지식재산권 관련 사건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업체들도 속속 한국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경쟁사 기술유출 직원 찾아내

    [경찰팀 리포트] 불륜 포착에서 산업스파이 조사까지…흥신소의 진화
    최 팀장은 기업 간 기술유출 사건 조사를 위해 김씨를 추격했다. 바이오기업인 K사에서 10년간 연구원으로 일한 김씨는 작년 9월 개인 사정을 이유로 갑자기 회사에 퇴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사는 5년간 동종업체에 이직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김씨의 퇴사를 수용했다. 그런데 두 달 뒤부터 K사에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간 K사 제품을 구매해온 국내외 주요 거래처가 경쟁사인 S사로 옮겨간 것이다. 해당 제품은 이전까지 K사만 생산해왔다. 김씨가 몰래 S사로 이직해 핵심기술을 유출했다고 판단한 K사는 곧 김씨에 대한 법정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최 팀장은 김씨가 S사로 이직했다는 증거를 확보해달라는 K사의 의뢰를 받았다. 김씨가 남양주 아파트를 나와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경기 판교의 한 사무용 빌딩. S사가 입주해 있는 곳이다. 빌딩의 A동 주차장에 차를 세운 김씨가 B동 입구를 향해 걷자 최 팀장은 재빨리 캠코더를 꺼내 그가 들어가는 모습을 촬영했다. “김씨가 뭐가 켕기는 게 있는지 회사 사무실이 있는 B동이 아닌 A동에 꼭 차를 세우더라고요. 승강기를 타고도 굳이 11층에서 내려 사무실(13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갑니다.”

    시장 성장에 해외 업체도 들어와

    지난 27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민간조사업체 ‘웬즈코리아’의 사무실. 김형민 실장(42)은 기자와 대화하는 와중에도 쉴 새 없이 전국 각지의 현장에 파견된 조사원에게 전화로 지시를 내리고 의뢰인들과 통화했다. 계속되는 전화에 1분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기 쉽지 않았다. 김 실장은 “불륜 등 가정사건 비율이 아직 절반 이상이지만 해외 기술유출 조사 등 기업 관련 사건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해외 사건 조사를 위한 전담팀을 두고 미국 일본 등 현지 업체 3곳과 협력체계를 마련했다.

    최근 민간조사업계에선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동영상 촬영이 쉬워져 사생활 유출 조사 의뢰가 크게 늘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성관계 동영상 유포 사건은 경찰 고소로는 해결에 시간이 걸린다”며 “신속하면서도 은밀히 사건을 처리하고 싶은 연예인 등 유명인의 의뢰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시장이 확대되면서 해외 업체들의 한국 진출도 늘고 있다. 유우종 한국민간조사협회 회장은 “이미 컨설팅업체 간판을 달고 영업 중인 곳들까지 포함하면 한국 시장에 진출한 해외 업체는 수십여개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최근 한 미국계 회사는 전국 지점 모집에 나섰고 일본계 회사는 상담원을 대거 모집 중”이라고 전했다. 이들 외국 업체는 100년 넘게 축적한 노하우로 무장해 음성적이고 영세화된 국내 업체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간통죄가 폐지됐지만 불륜 조사 수요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법적 근거가 사라져 경찰의 개입이 불가능해지면서 민간조사업체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는 의견도 있다. “간통죄 폐지로 과감히 외도를 시도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남성 의뢰인 비율이 예전보다 10~20%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중상환자 옮기던 119구급차, 승용차와 충돌…5명 중경상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13분께 강원 원주시 무실동 한 도로에서 환자를 긴급 이송하던 충북소방 119구급차가 BMW 승용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당시 충북소방은 나무 자르는 기계에 장기가 손상된 중상 환자 A(52)씨와 보호자 B(51)씨를 싣고 원주 지역 병원으로 급히 이동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구급차가 전도돼 A씨가 심정지 상태로 원주기독병원으로 옮겨졌다. 구급대원 3명과 B씨도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경찰은 구급차가 환자를 싣고 급히 목적지를 향해 주행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2. 2

      [속보] 특검, '공천 개입' 이준석 대표 조사 9시간40분 만에 종료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업무방해 혐의 피의자로 출석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9시간40분 만에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21일 뉴스1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오후 7시 39분쯤 조사를 마치고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 사무실을 나와 취재진에게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했다"며 "무엇보다 공천 개입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 증언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성실하게 진술했다"고 말했다.그는 '강서구와 포항시 외에도 오늘 조사에서 나온 내용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그렇게 구체적으로까지 말씀드리지는 않겠다"며 "제가 공언했던 것들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근거나,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정도에 대해 이야기 했다"고 답했다.피의자로서 첫 조사를 받은 심정을 묻자 "저는 법률가가 아니기 때문에 왜 피의자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아직까지도 잘 모른다"며 "업무방해라는 것이 결국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을 업무 방해했다는 것인데, 아마 기술적 문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 대표에 대한 첫 번째 피의자 조사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신문조서 열람을 마친 뒤 오후 7시39분쯤 퇴실한 것으로 전해졌다.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 재직하던 때인 2022년 6월1일 동시에 치러진 제8회 지방선거와 제21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윤 전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포항시장 공천 개입한 혐의에 가담했다는 의혹 등을 받는다.그는 이날 오전 9시48분쯤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조사에 출석하면서 2022년 선거에서

    3. 3

      "교도소 자리없다"…내년 가석방 매달 1300여명으로 확대

      법무부가 교정시설 과밀 수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부터 가석방 인원을 늘린다.법무부는 21일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지난달 '2026년 가석방 확대안'을 마련했고 내년부터 가석방 확대를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현재 국내 교정시설의 수용률은 130%로 과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우리 사회로 복귀하지 않는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과 재범 위험성이 낮은 환자·고령자 등 1218명을 가석방했다.이는 지난 5∼8월 월평균 가석방 인원(936명)과 비교할 경우 약 30% 많은 수준이다.적극적인 가석방 조치에도 교정시설 과밀 수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내년 가석방 목표 인원을 올해보다 30% 늘린다는 내용의 가석방 확대안을 마련했다.법무부가 공개한 월평균 가석방 허가인원 변동 추이를 보면 2023년 794명에서 올해 1032명으로 약 30% 늘었다. 내년에 목표대로 시행하면 월평균 가석방 인원이 약 1340명에 이를 전망이다.법무부는 "강력사범에 대한 엄정한 가석방 심사를 유지하되 재범 위험이 낮은 수형자에 대한 가석방을 늘리겠다"며 "수형자의 자발적인 개선 의지를 고취해 재범률은 낮추고 수형자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이웃으로 복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했다.정 장관은 지난 19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통해 "가석방도 지금 대통령 취임 이후에 한 30% 늘려 준 것"이라며 "(대통령이) 교도소 안에서 인기가 좋으시다"고 발언했다.이재명 대통령은 "국민께서 내가 풀어주라고 해서 많이 풀어줬다고 오해할 수 있다"며 "처벌이라는 게 응보 효과와 일반예방·특별예방 효과 등을 노리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