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전세계 산유국 장관회의 성사 주목

주요 산유국으로부터 마침내 '감산' 발언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국제 원유시장의 대주주격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에서다.

국제유가를 2003년 이후 최저점으로 끌어내렸던 공급 과잉 속에서도 '버티기'로 일관하던 주요 산유국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에 이어, 세계적인 감산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는 최근 각 산유국에 원유 생산량을 최대 5%까지 줄이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알렉산더 노박 에너지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제안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공식이 적용되면 러시아는 하루 50만 배럴 정도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우디 관리들은 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러시아에서는 이틀 전 고위 인사로부터 감산을 시사하는 첫 발언이 나왔다.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러시아 부총리는 26일 "정부가 생산량을 늘리거나 줄일 권한은 없으며 이는 에너지 분야 기업들의 권한"이라면서도 "저유가가 지속하고 세금이 올라가면 기업들의 투자를 위한 동기가 줄어들고 이것이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산은 현재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는 유일한 탈출구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사우디는 산유량을 유지하는데 요지부동이었고, OPEC 비회원국인 러시아 또한 감산에 부정적이었다.

두 나라의 입장이 달라진데 대해 한 시장 분석가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이제 '개선된 가격'에서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면서 "훨씬 더 가격을 올릴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미국의 원유재고량이 지난 22일 기준 4억9천49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에 도달해 있다는 사실도 '압박' 요인으로 분석된다.

만약 2월에 산유국 장관급 회의가 열린다면, 국제유가 향배에 중대한 분수령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OPEC와 비(非)OPEC 산유국이 다음 달 회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산유국들이 실제 감산을 행동에 옮기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낙관할 수 없다는 신중론 또한 만만치 않다.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작년부터 봇물 터지듯 했지만, 주요 산유국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도 "논의를 해야할 문제로, 무엇이라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경제 제재에서 풀려나면서 국제 원유시장에 복귀하는 이란이 선뜻 감산에 동의할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경제 제재로 이란은 하루 110만 배럴의 원유 수출길이 막혔다"며 증산을 통해 과거의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설명했다.

감산 기대감으로 국제유가는 이날 개장부터 상승 흐름을 탔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 오전 11시 45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3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2.72%, 런던 ICE 선물시장의 3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2.52% 각각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8% 이상 상승하며 배럴당 35.84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