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 노동개혁 2대 지침이 올해 기업들에 가장 큰 법률 리스크가 될 것입니다.”

김재호 법무법인 바른 대표는 26일 “기업들이 정부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겠지만 다툼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 통상임금처럼 노동 지침도 결국 법정까지 가서 시비가 가려지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법원 검찰 출신이 대거 포진한 법무법인 바른의 베테랑 변호사들이 고객에게 보내는 소식지(‘리걸브리프’)에서 ‘2016년 기업들이 챙겨야 할 분야별 법률 쟁점’을 정리했다.
[Law&Biz] "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기업들, 올해 법정다툼 대비를"
먼저 자본시장 분야에서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대책 마련이 첫손가락에 꼽혔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한시법이어서 세 차례에 걸쳐 재입법으로 연명해 왔지만 효력을 다시 연장하는 법률안의 국회 통과가 불발하는 바람에 작년 말로 그 수명을 다했다.

김도형 변호사는 “금융위원회는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을 발표하고 금융회사의 협약 가입을 독려함으로써 법적 공백을 메우겠다는 생각이지만 한계 상황에 처한 기업들이 법원 파산부로 몰리고 있다”며 “지급 능력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은 새로운 제도에 관심을 기울여 효율적이고 신속한 위기 탈출 방안을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세 분야에서 대기업은 BEPS(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 관련 입법을, 중소기업은 특수관계법인 간 사업 기회 제공에 대한 증여세 신설을 눈여겨봐야 한다. 다국적 기업들이 각국의 세법 차이를 이용해 세금을 줄이는 BEPS와 관련해 조용민 변호사는 “정부가 입법안을 마련 중인 ‘강제적 보고제도’의 동향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경제적 이익의 이전만 있으면 증여로 봐서 과세하는 ‘증여세 포괄주의’가 작년 대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렸는데 정부가 이에 어떻게 대처할지, 바뀐 판례가 계속 이어질지 주시해야 한다.

경기 불황으로 더욱 관심을 모으는 회생·파산 분야에선 체불임금과 퇴직금이 주요 이슈다. 체불임금과 퇴직금은 회생절차에 관계없이 변제가 가능한 대표적인 공익채권이어서 회생절차를 앞둔 근로자와 기업 모두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박제형 변호사는 “임금체불이 있는 상태에서 회생절차를 신청할 때는 사용자의 형사처벌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해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탁 분야에선 3월부터 부동산신탁사가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단독 시행사로 참여할 길이 열린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문기주 변호사는 “재건축시장에서 신탁사의 점유율이 크게 상승하고 1000가구 미만의 중소형 정비사업 위주로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리금 보장신탁의 신규 가입이 제한되고,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간에 과세가 이연되는 등 연금자산의 효율적 관리 방안도 눈여겨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조합설립 때 동별 구분소유자의 동의요건이 2분의 1 이상으로 완화되고 동별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 토지소유자의 동의요건도 삭제됐다. 이봉순 변호사는 “동별 소유자 동의율이 낮아져 일부 동 소유자의 반대로 재건축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