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현장은 아직도 상흔…원전해체까지는 아직 '먼길'

오는 3월이면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福島)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5년이 된다.

'원전 강국' 일본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전 세계 원전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아베 총리 주도로 빅3 해외진출 주력

원전 수출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진두지휘를 해 왔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를 교훈으로 삼아 세계의 원자력 안전에 공헌하겠다"고 말하면서 터키 등을 직접 찾아 세일즈 외교에도 나섰다.

우선 눈에 띄는 곳이 히타치(日立)제작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히타치는 지난 25일 도쿄 영국대사관에서 영국내 원전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에는 종합건설회사와 철강 등 40여개 업체가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히타치는 2012년에 인수한 영국 원전업체 호라이즌 뉴클리어파워의 영국내 사업을 이어받아 4~6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본 원전업체가 외국 진출에 공을 들이는 것은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국내에서 원전 추가 건설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것도 한 요인이다.

실제 도시바(東芝)는 2014년 영국 원전회사 뉴제너레이션을 인수해 영국에서 3기의 원전 공사를 하고 있다.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은 미국과 중국에서 각 4기의 원전을 착공했고, 인도에서도 수주 전망이 밝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은 터키에서 프랑스 기업과 합작으로 4기의 원전 수주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 '상흔' 후쿠시마 원전 해체작업은 난항

이런 상황에서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상흔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남아있다.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전날 후쿠시마 제1원전을 현지 언론에 공개했다.

도쿄신문은 "사고 당시와 비교하면 제1원전 부지의 절반 이상에서는 방사선량이 대폭 하락했지만 1~4호기 건물에 가까이 접근할수록 선량이 급증했다"고 소개했다.

2년전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엔 방호복에 마스크를 쓴 채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도쿄전력 안내원은 "평상복으로도 된다"며 1㎞ 가량을 평상복 차림으로 걸어서 보도진을 안내하는 등 '안전'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원전 건물에 접근해서는 방호복 착용이 불가피했다.

그만큼 현장 근무자들에겐 작업환경이 가혹한 것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해체)를 결정했지만, 핵연료 해체 등 폐로 절차도 만만치 않다.

도쿄전력은 지난해 4월 제1원전 1호기 원자로 내부에 로봇을 투입해 방사선량 측정 및 핵연료 제거 등 폐로 절차에 본격 착수했지만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로봇을 원자로를 덮는 격납용기에 투입해 오염수 속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핵연료를 꺼내려 했지만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추가 로봇 투입 등의 작업에 1년 가량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2호기, 3호기의 경우 핵연료 제거를 위한 로봇 투입을 언제 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발생량이 줄어들지 않음에 따라 누출 위험이 적은 용접식 저장 탱크는 물론 누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볼트식 저장탱크도 당분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고 도쿄신문이 전했다.

당초 도쿄전력은 올해부터는 오염수를 모두 용접식 탱크에 보관할 방침이었으나 오염수 저감 대책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서 오염수 발생량이 당초 계획보다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는 이바라키(茨城)현 오아라이(大洗)에 있는 고속실험로 조요(常陽)의 재가동을 연내에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신청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조요는 발전 설비는 없지만 원자로 냉각에 나트륨을 사용해 고속 중성자로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는 연구 설비다.

1974년에 완성했고 1977년에 원자로 반응이 안정화돼 누적 7만시간(약 2천900일) 운전 실적이 있다.

이후 2007년들어 장비에 이상이 발생해 운전이 정지됐으며, 지난해 6월에 복구 작업이 마무리됐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