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서도 노트북의 ‘초경량’ 경쟁이 치열하다. 휴대하기 좋은 가벼운 노트북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제조사들이 앞다퉈 무게는 줄이고 성능은 높인 제품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울트라 슬림 노트북은 국내에서 23만여대가 출하됐다. 전체 노트북 시장에서 울트라 슬림 노트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얇고 가벼운 울트라 슬림 노트북의 수요가 일반 노트북 수요를 앞지른 것이다. 울트라 슬림 노트북은 통상 두께 21㎜ 이하의 노트북으로, 얇고 가볍지만 성능은 일반 노트북 못지않은 제품을 말한다.

올들어 그란데사이즈 커피 두 잔 무게로 1㎏이 채 안되는 15인치 대화면 노트북부터 퀵 충전기능에 이르기까지 휴대성을 강조한 노트북 신제품들이 줄지어 출시되면서 ‘울트라북’의 인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노트북 '다이어트' 전쟁
○화면은 커지고, 무게는 줄고

노트북 '다이어트' 전쟁
LG전자는 최근 초경량 노트북 ‘그램 15’를 선보였다. LG전자는 2013년 ‘그램13’, 2014년 ‘그램14’에 이어 새해가 되자마자 980g에 불과한 15.6인치(39.6㎝) 노트북을 내놨다. 기존 15인치대 노트북의 절반 정도밖에 안되는 무게다. 같은 크기의 노트북 가운데 가장 가볍다고 한국기록원의 인증도 받았다. 13인치·14인치 ‘그램시리즈’는 2013년 말 첫 출시 후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30만대를 돌파했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노트북 중 절반 이상(54.4%)이 15인치대 제품이었다. 다음으론 13인치대가 많이 팔렸다. LG전자가 실시한 자체 조사에서도 휴대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무게가 1.1~1.4㎏ 정도인 13인치대 노트북을 주로 산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화면 크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무게가 1.6~2.7㎏으로 무겁지만 15인치대 노트북을 주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의 ‘그램15’가 무게와 화면 크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LG디스플레이와 협업을 통해 베젤 두께를 줄인 것도 특징이다. 베젤 두께를 상단 9.1㎜, 옆면 각각 6.7㎜, 하단 25.7㎜로 줄였다. 배터리는 최대 10.5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경주용 자동차 등에 쓰이는 마그네슘 합금 소재를 케이스로 사용해 가볍고 튼튼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180도 펼쳐지는 노트북

노트북 '다이어트' 전쟁
삼성전자도 2016년형 대화면·초경량 프리미엄 노트북 ‘노트북 9’을 내놓았다. 15인치(38.1㎝) 대화면과 6.2㎜의 초슬림 베젤이 적용된 노트북 ‘900X5L’은 노트북 최초로 삼성만의 독자기술인 ‘퀵 충전’이 채택된 것이 특징이다. 20분가량만 충전해도 최대 3.7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동영상을 재생해도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 시간인 2시간가량 이용할 수 있다. 90분 안에 완전 충전이 가능하고, 완충 시 최대 12시간 연속 사용할 수 있다. 13인치(33.7㎝) 초경량 노트북 ‘900X3L’은 동급 최경량인 840g이다. 2015년형 동일 사양 대비 무게를 230g 줄였다. 주변 밝기를 감지해 키보드 백라이트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오토백릿 키보드’도 탑재했다.

이번 삼성전자 ‘노트북 9’ 신제품(900X5L, 900X3L)은 마주 보는 사람과 화면을 공유할 수 있도록 노트북을 실제 노트처럼 180도로 펼칠 수 있는 ‘컨설팅 모드’를 적용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할 때 마치 노트를 펼쳐서 보는 것처럼 화면을 같이 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노트북 9’은 2011년 3월 첫 출시 후 지난해 7월까지 누적 판매량 200만대를 넘어섰다.

○MS·레노버도 휴대성 높여

마이크로소프트(MS)의 투인원(2 in 1) 노트북 ‘서피스북’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서피스북은 일반 노트북 화면만 떼어 태블릿PC로도 사용할 수 있는 투인원 노트북이다. 서피스북 역시 초경량, 대화면을 자랑한다. 전체 노트북은 13.5인치(34.29㎝), 1.156㎏이지만 화면을 따로 떼내 태블릿PC로 사용하면 무게가 728g으로 줄어든다. 보통 9~10인치 태블릿이 700g 수준이라는 점에서 서피스북은 비슷한 무게로 13.5인치의 대화면 태블릿을 사용하는 셈이다.

서피스북은 성능과 디자인 측면에서도 애플 ‘맥북프로’의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는 제품이다. 배터리는 최장 12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전용 펜인 ‘서피스펜’으로도 작업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출시 직후 선주문량이 모두 매진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